Installation view of 《Water Photoautomat》 (Space DDF, 2024) © Yun Taejun

윤태준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서울과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단순한 기록의 도구가 아닌, 신체와 사물이 지각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변환 장치’로 간주하며 작업한다. 이를 통해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간극을 면밀히 탐구하고, 새로운 감각적 경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신체를 통해 직접 지각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진과 디지털 스크린을 매개로 다시 경험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매개 과정은 경험의 층위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신체와 사물 간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작가는 이 변화의 양상에 주목하며, 매체가 지각의 형식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탐구한다.

작업은 신체 감각, 사물, 데이터, 현대적 재현 방식이 만나는 접점에서 사진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디지털 이미지의 매끄러운 표현력과 실재 세계의 물질성이 충돌하며 드러나는 감각적 간극을 시각적 변환과 재해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쇄 매체와 화면을 오가며 구축되는 다층적 감각 경험을 통해, 사진 매체가 재현과 변환, 감각 확장의 장치임을 드러내고, 지각 경험의 구조를 새롭게 제안한다. 

빛으로부터 시작된 사진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바라보는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 ‘본다’라는 행위는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보이는 대상을 더욱 정확하고 선명하게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학으로 점철된 기술은 개념적이거나 문화적인, 또는 신기루와 같은 대상들을 응시하지 않게 되었다. 과학의 정합성 위에 세워진 서구문명 구조는 신기루와 같은 유령들을 더 이상 품지 않는다. 카메라가 응시해야 하는 대상은 빛의 반사가 가능한 전자기적으로 안정된 형태일 뿐이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며, 결코 되돌아갈 수도 없고, 멈춰서 무언가를 응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쉽게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기록은 시간을 파편화하고 대상을 변질시킨다. 흩어진 흔적들을 모아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역할을 하지만, 사진으로 기록된 장면은 마치 기억의 환영과 같다.

비록 사진이 시간을 정지시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왜곡된 순간의 기억을 만들어낸다. 이미지로 기록된 장면은 기억한다는 환영을 불러일으킬 뿐이며, 그 순간들은 마치 부표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떠다닌다. 

Installation view of 《Water Photoautomat》 (Space DDF, 2024) © Yun Taejun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다시 불러오려는 시도는 결국 환영을 수집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환영은 명확한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유령처럼 희미한 기록으로 기억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주변을 더듬어 상상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가져오거나 재현할 수 없는 대상들을 사진이라는 데이터로 시각화하는 과정은 파편을 수집하는 행위와 같다. 잊혀져 유령이 된 자들로부터 남은 파편들을 부표로 삼아 희미한 흔적을 더듬는다. 이를 통해 채집하고 수집하며 다시 조직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한다. 

〈워터 포토 아우토맛 Water photo automat〉 작업은 한 장의 이미지로부터 촉발된 희미한 경험을 이미지로 구현한다. 이러한 과정은 현실에서 증발해버린 이들을 다시금 현재로 불러오려는 시도를 의미하지만, 그 모습은 온전하지 않다. 그것은 흘러간 시간에서 끄집어낸 파편일 뿐이며, 부서진 파편들을 모아 현재로 불러오려는 시도일 뿐이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배회하는 자들, 부표처럼 떠다니는 작은 흔적들을 모아 시각적 형상으로 불러오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카메라가 기록할 수 없는 대상과 그것들의 시간과 흔적을 붙잡고자하는 무용한 몸부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진이라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판타지적이라는 역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결코 완전한 재현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자체로 유령 같은 실체 없음을 증명하는 행위이다. 이는 망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과정인 셈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