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초롱의 작업 방식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서 출발하지만, 결과는 전통적인 사진 프린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Natural Gene》에서 엽서의 뒷면 이미지는 로켓 펜던트
목걸이 안의 작은 풍경이 되거나, 울트라 와이드 스크린 비율로 확대된 배경, 보그걸 판형에 맞춰 잘리고 확대된 프린트, 기성 액자 안의 이미지로
전시장에 놓였다. 벽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미지는 사진이 평면적 기록에서 벗어나 공간의 일부가 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설치 방식은 조소를 전공한 작가의 배경과도 연결되며, 사진을 물성을 가진 이미지로 다루는 태도를 형성한다.
작가는 또한 사진을 둘러싼 협업과 출판, 디자인, 상업
이미지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2016년부터 사진가 김주원과 함께 팀 ‘압축과 팽창(CO/EX)’으로 활동하며 사진 이미지의 분류와 출력, 복제와 설치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Honey and Tip》(아카이브봄,
2017),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아마도예술공간, 2021) 등에도 참여했다.
〈Beauty Not Beauty〉에서는 독립 출판 잡지 COOL의 리서치와 패션 업계의 무드보드 형식을 참조하며, 사진을
단일한 이미지가 아니라 수집, 배열, 편집, 레이어링의 과정으로 다루었다. 《Transposition》(아트선재센터, 2021)에서는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광고 이미지와
대중문화 이미지가 인식에 스며드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Fem》은 사진의 형식보다 사진을 둘러싼 시선의 구조를 전면에 놓은 전시였다. 집 안의 여성들, 생활의 흔적이 묻은 가구와 집기, 친구와 동료, 그리고 작가의 어머니가 산책이나 등산 중 촬영해 메신저로
보내온 풍경 사진은 함께 놓이며, 전문 사진가의 이미지와 일상 속 개인이 남긴 이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 전시에서 사진은 예술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선별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저장하고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상적 매체로 제시된다. 관객은 창문과 렌즈, 실내와 실외의 교차를 따라가며 여성의 시선을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생성되는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Flesh》에서는 데이터 이미지가 프린트, 테이블형
구조, 유리컵, 프레임, 사물의
표면을 통해 물리적 상황 안에 놓인다. 〈오래된 집 #1〉(2017), 〈오래된 집 #2〉(2021),
〈오래된 집 #3〉(2024), 〈침대 위 젖은
돈〉(2021) 등은 누군가의 공간과 사물을 부분적으로 포착하지만, 그것들을
특정 인물의 설명이나 상징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화면 안에서 인물은 과감하게 잘리고, 배경과 사물은 중심 피사체만큼 강한 존재감을 얻는다. 안초롱의 사진은
이렇게 선명한 서사보다 장면의 배열, 사물의 상태, 신체의
일부, 이미지가 놓이는 지지체를 통해 관객이 자기 기억과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