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kyung Kwak, ‘Slot’ Series, Installation view of 《Fill in the Blanks》 (Daejeon Museum of Art, 2025) © Daejeon Museum of Art

인류의 문명이 이 땅 위에서 창성하고 쇠락하고 소멸하고 다시 창성함을 반복하는 그 역사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텅 빈 장소’가 존재한다. 가령 그것은 역사의 틈새에 끼인 버려지거나 잊혀진 미시사의 공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것은 이념적으로 정의되지 않거나 구현되지 않은 공간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러한 ‘공백의 장소’는 존재하지만 잊혀진 사건과 기억, 혹은 소외되거나 배제된 역사에 대한 은유와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백의 장소’에 어떤 이름을 부여하고 기념해야 하는가? 


Exhibition poster of DMA Camp 2025 © Daejeon Museum of Art

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 《공백을 채우십시오》는 주류 역사의 사이사이 틈틈이 끼어든 미시사를 위해 ‘공백의 장소’를 상정하고, 여기에 다섯 명의 작가들이 시각화한 다섯 가지의 시공간적 내러티브를 채운다. 미시사의 사적 경험과 시간이 퍼블릭 스피어(public sphere)로 들어감으로써 공적 역사로 전환될 때 우리는 이러한 미시사를 위해 아주 사적인 기념비를 세울 수 있을 것이고, 기억과 시간의 비물질성이 가시화된 그 장소에서 우리는 서로 얽힌 다섯 개의 내러티브를 읽어내려갈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