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Dew Point》 (N/A, 2025) © Jeong Young Ho

깜깜한 밤, 눈을 감으면 형형색색의 빛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은 눈 환각(Closed-Eye Hallucination)'은 시각 자극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뇌가 이미지를 구성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정영호의 개인전 《듀 포인트(Dew Point)》는 이러한 지각의 근원적 불확실성, 현실과 디지털 가상 세계 간의 경험 격차를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이슬점(dew point)’은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되어 물방울로 변하는 온도의 경계 상태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빌려 자신이 물리적으로 경험한 세계를 ‘내부’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접한 타인의 세계를 ‘외부’로 설정하며, 이 두 세계 사이의 ‘온도 차’를 시각적으로 탐색한다.


Installation view of 《Dew Point》 (N/A, 2025) © Jeong Young Ho

일상에서 사용하는 TV, 스마트폰, 컴퓨터 모니터는 이 온도 차가 응결되어 맺히는 ‘투명한 창’과도 같다. 정영호는 이를 현실과 가상을 가르는 경계이자, 동시에 개인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감각적 통로로 간주한다. 그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RGB 픽셀은 스마트폰 스크린을 접사촬영한 결과로, 화면 너머의 대상과 디지털 표면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픽셀이라는 단위로 세계를 인식하게 된 첫 기억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나는 시각 영상 매체가 희소하던 어린 시절, 브라운관 TV 화면 속 누군가의 존재를 상상하며 모니터 너머를 들여다보던 경험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면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거나 필름 카메라로 TV 화면을 직접 찍어 기억을 저장하려 했지만, 인화된 사진은 종종 픽셀이 일렁이며 번져 있었고, 화면 중앙에 검은 선이 그어져 있어 ‘기억’은 왜곡된 형태로 남았다.


Installation view of 《Dew Point》 (N/A, 2025) © Jeong Young Ho

이런 영상 경험은 이미지 저장에 대한 갈망과 함께 현실과 매체 사이의 간극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모니터 표면 아래의 세계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지, 음악, 영상은 실시간 디지털 안에서 생산 및 소비되고, 타인과의 공유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이제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고 느낀 것을 온라인에 게시함으로써 ‘경험한 나’를 완성하고자 한다. 고해상도의 선명한 이미지가 때로는 자신의 기억을 더 정확히 설명해 줄 때도 있다. 반복적으로 접한 장면은 실제 내가 경험한 일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중첩된 이 시대에 경험의 진위를 구분하는 일은 점점 더 복잡하고 모호해지고 있다.


Jeong Young Ho, Feels right, 2025, Archival pigment print, 52x42cm, Edition of 2 + 2AP, Installation view of 《Dew Point》 (N/A, 2025) © Jeong Young Ho

정영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촬영한 사진과 가상세계 속 부유하는 이미지의 근원을 주목한다. 사진은 물리적 현실, 즉 ‘내부’에서 출발했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한 이미지는 ‘외부’ 기반한 데이터다. 그는 이 두 매체의 차이를 구분하려 들기보다는 각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식의 변화에 집중한다. 감은 눈앞에서 일렁이는 빛, 유리창 너머의 외부, 모니터에 송출된 온라인 데이터는 인간의 뇌, 유리창 내부, 현실의 경계이자 통로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신문은 브라운관 TV와 더불어 디지털 이전의 외부 세계를 대표하던 전통적 미디어다. 그의 사진이 이 신문 위에 병치된 것은 마치 유리창 위에 맺히는 이슬처럼,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온도 차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Dew Point》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응결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경험이라 부르는 것의 형태와 경계를 다시 묻는다.

글. 이민아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