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Infinite Starburst of Your Cold Dark Eyes》 © PKM Gallery

PKM 갤러리와 바틀비 비클 & 뫼르소(Bartleby Bickle & Meursault) 협업 체계의 서막을 알리는 기획전, 《The Infinite Starburst of Your Cold Dark Eyes》을 개최한다. BB&M 은 현 미술계의 진부하고 관습적인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며, 현재진행형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기획 에이전시이다. "상실감"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는 지난 10년 – 경제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한순간 붕괴된 과잉과 자기도취가 만연했던 시간들 – 을 뒤로한 채, BB&M 은 지적인 열정과 감성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우리 미술계의 작은 부분들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배영환(Young-whan Bae), 백현진(Hyunjhin Baik), 요나스 달버그(Jonas Dahlberg), 마이클 주(Michael Joo), 김상길(Sanggil Kim), 이불(Lee Bul), 이누리(Noori Lee),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이상 9인 작가들의 작품이 PKM 갤러리와 BB&M, 두 전시공간에서 함께 선보인다. 특히 BB&M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몇몇 희귀본, 개인의 소장품들, 빈티지 가구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생전에 아끼던 스탠드, 그리고 음악 및 영화 장면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BB&M만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공간 미학을 창조할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e Infinite Starburst of Your Cold Dark Eyes》 © PKM Gallery

본 전시는 장황한 설명을 요하는 전시 의제를 상정하지 않는다. (기실 현대 미술전마다 수반되는 구태의연하고 피상적인 논의들이 달갑지 않은 까닭이다) 전시를 위한 모든 선택은 작품에 의해 파생되는 지성적 그리고 감성적인 공감에 의존한다. 그렇다고 하여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들의 기본적 개념이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관념과 편견에 의해 화석화된 개념에서 벗어나 작품 본연에서 울려 퍼지는 서정적인 공명으로 관객을 끄는 미묘한 힘을 발휘한다.

외견상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작품군들은 서로 연관되고 맞물리면서 공통의 유기적 미학 논리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토마스 스트루스의 사진 속 타락 직전의 황무지는 자연의 개념과 문명의 문맥화가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있음을 상기시키는 마이클 주의 조각 – 사슴뿔을 잘라 금속 파이프로 연결하여 형태를 복원한 ‘Improved Rack’ 연작 중 하나로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에 대한 작가의 동조가 엿보이는 – 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또한 정치적 복선을 드러내며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누리의 섬세한 수채화 속 이미지들(9.11 추모비 앞의 리플렉팅 풀, 독일마을에 나열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들)은 과거 고풍스런 보헤미니즘 시대 속 뉴욕의 Gramercy Park을 공간 모형으로 재현한 뒤 이를 촬영한 요나스 달버그의 무성 비디오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감상자들의 마음을 이끈다.

Installation view of 《The Infinite Starburst of Your Cold Dark Eyes》 © PKM Gallery

김상길의 사진에 등장하는 Kisho Kurokawa의 대표적 Metabolist 건축물인 도쿄의 Nakagin 캡슐 타워 그리고 거울과 크리스탈 파편들로 빚어진 이불의 여성 신체 사이에서 역시 미묘한 상호작용을 감지할 수 있다.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건축물의 마지막 기록과도 같은 김상길의 사진과 디스토피아적 모습으로 전락한 아방가르드의 꿈속 진보적 미래를 향하여 몸짓하는 이불의 조각은 함께 덧없는 과거를 추억하는 듯하다.

전시 속 다양한 작품들은 서로 애조 띤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작품들이 비록 새로운 세기(뉴 밀레니엄) 초에 제작되었지만, 이들 속에 만연하는 분위기는 매우 늦은 20 세기말, 몰락과 분열로 점철된 세기말적 뉘앙스를 풍기는 까닭이다. 늪지와 같은 어두운 – 마치 폐쇄공포와도 같이 막다른 골목에서 한계에 다다른 예술적 표현을 직면한 듯한 - 백현진의 캔버스 위를 떠도는 안료 자국과 덩어리들, 그리고 그 위를 뒤덮은 오래된 고전 명화 풍의 암갈색의 물감 등은 최근 반복되는 후기 표현주의적 언어의 의식적인 인용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상실의 미학으로 가득 찬 작품이기에, 오래된 Borscht Belt의 코미디를 차용한 리차드 프린스의 유머스런 작품들에서조차 구슬픈 우울함이 울려 퍼지며 깨진 술병 조각들을 붙여 흘러간 유행가 악보를 써 내려간 배영환의 ‘유행가’ 시리즈에서도 신파적 감성 혹은 예기치 못한 연민들이 묻어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