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LOGOTYPE》, 2007.04.04 - 2007.04.22, 두 아트 갤러리
2007.04.02
두 아트 갤러리

손동현, 〈문자도-말보로〉, 2006 © 손동현
손동현(b.1980)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영웅재임수본두선생상(英雄在任水本斗先生像)〉을 갤러리 꽃에서 선보이고 아트스페이스 휴에서의 개인전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를 연 이후부터이다.
위 전시들을 시작으로 작가는 헐리우드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 예를 들면 배트맨, 로보캅, 벅스 버니, 골룸의 초상화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이들
캐릭터들은 누런 장지 위에 동양화 물감 재료로 그려진다. 여기에 더해 캐릭터의 이름과 직함을 한자음을 음차하여
지은 제목을 붉은 낙관과 함께 붙여두어 더욱 그럴듯한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언뜻 보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초상화에서 뜻밖에도 우리는 현대적 캐릭터들과 만난다.
전통과 현대의 감수성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작가가 가장 먼저 생각해낸 화두는 ‘김홍도(金弘道)가 현대가 온다면 무엇을
그렸을까’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가 현재 거닐고 있는 동두천
거리가 김홍도의 풍속화에, 우리가 숭배하는 TV스타들이 고관대작들의
초상화에, 의인화된 동물들이 한가로이 동양화 산수 배경 앞에 멀쩡하게 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손동현, 〈문자도 아디다스〉, 2006 © 손동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점령하고 있는 유명브랜드의 로고, 나이키, 아디다스, 버거킹, 스타벅스 등등 한결같이 예쁘고 탐나는 문자로 도안된 로고타입을 전통적인
민화의 한 갈래였던 문자도(文字圖)의 형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무릇 문자도란 문자 자체를 즉물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텍스트와 그림을 결합하여 문자 자체가 갖고 있는 형태와 의미의
모두를 살린다.
그래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충(忠)’이라는 문자에는 ‘충’과 관련한 고사성어나 상징들이 등장하여 ‘충’이라는
문자가 담고 있는 내용을 글자 스스로가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 전
‘충’, ‘효(孝)’와
같은 문자들이 등장하던 문자도는 당시 중요한 사회의 덕목으로서 ‘충’이나 ‘효’가 기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손동현의 문자도는 아. 디. 다.
스. 이 4개의 문자 로고 타입이라는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상품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매끈하게 이어주고 있다.
로고로 탈바꿈한 각종 문자는 그 문자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함축적인 의미와 더불어 소비재의 이미지를 받기도 하고 도로 돌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전 시대에 ‘충’이나 ‘효’가 담당했던 자리를 소비가 덕목인 시대에서 오히려 소비를 촉진하는 각종 브랜드 네임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시대상을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

손동현, 〈영모도〉, 2006 © 손동현
전통적 동양화의 형식과 작가 본인이 향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 일면과의 절묘한
결합을 꾀하는 젊은 작가 손동현의 한발 진척된 모습을 오는 4월 4일부터
두아트 갤러리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