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In Focus: Taek-Sang Kim》 © Lehmann Maupin

리만머핀은 헬렌 파시지안(Helen Pashgian)의 개인전과 함께, 팜비치에서 김택상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최근 김택상은 색채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와 전통적인 평면 회화의 개념에 도전하는 독자적 회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택상의 거의 단색에 가까운 회화는 형상, 묘사, 서사를 배제한 채 화면 전체를 채우는 색면과 미묘한 그라데이션으로 이루어진다. 후기 단색화로 논의되는 그의 작업 전반에서 그는 물·빛·시간이라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우연적 요소들과 주로 관계 맺는다. 1990년대 초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를 방문해 물의 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이후 시작된 ‘숨빛’ 연작에서, 작가는 물을 머금은 듯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아크릴 안료를 물에 풀어 틀 안에 붓고, 물속에 잠긴 캔버스 위로 희석된 입자들이 중력에 따라 가라앉도록 둔다. 그는 자연 요소가 스스로 작용하도록 기다린 뒤 표면에 떠 있는 맑은 물을 제거한다. 이러한 침수와 건조의 반복을 통해 빛을 투과하는 투명한 색층, 즉 ‘숨 쉬는 빛(breathing light)’의 독특한 시각성을 획득한다.

이와 같이 김택상의 회화는 기존 서구 현대회화의 패러다임 안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며 새로운 어휘, 즉 ‘담화(淡畵, Dàamhwa)’를 제안한다. ‘담(淡)’이라는 한자는 물을 뜻하는 음성 요소와 불꽃을 뜻하는 형상 요소가 결합된 글자로, 아름답게 타오르던 불꽃이 재가 되어 물속에 잠기는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먹이 탄소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담’은 불순물이 제거된 증류수에서 색을 사유하게 하는 시각적 장치라 할 수 있다.

김택상에게 물은 곧 색과 동등한 예술의 매체이며, 빛이 물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는 ‘담’의 작용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그는 색을 통해 자연 속 빛의 존재 방식을 물질화하고, 자연을 곧 현실-회화-로 전치한다. 그의 회화가 제공하는 물질적 경험은 화면을 대기적 빛처럼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작품이 놓인 공간과 시간을 낯설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