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LATENCY: Streamlined Times》 © HBCF

레이턴시 프로젝트는 서울에 위치한 독립 아트스페이스 공간 사일삼의 10주년을 맞이하여, 2010년대 이후의 미술을 주제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 세미나 - 전시 - 출판 연계 프로젝트다. 본 전시는 레이턴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플랫폼엘에서 개최되었던 기획전시 《LATENCY: 유선형의 시간들》을 2021년 대구 어울아트센터 전시장의 시공에 다시 펼쳐보는 기획이다.

2010년대 이후 활동을 시작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미술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부족한 전시 기회, 높은 작업실 임대료, 부당한 노동 환경 등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생존의 조건 위에 놓여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바라본 근과거의 미술 신에는 다양한 유형의 “신생공간,” 창작 콜렉티브, 대안 아트페어, 아트 플랫폼 등을 둘러싼 이슈들을 찾아볼 수 있고, 기술 환경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여 독특한 흐름을 형성하였다. 그렇다면 2010년대 이전과 이후를 구분할 수 있는 미술의 흐름은 어디에서 기인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다시금 어떤 가능성을 형성할 수 있을까?


Installation view of 《LATENCY: Streamlined Times》 © HBCF

이러한 시대적 미술 흐름의 맥락에서 《LATENCY: 유선형의 시간들》은 '레이턴시'라는 개념을 2010년대 이후를 특징짓는 미술의 동향에 겹쳐 본다. '레이턴시(Latency)'란 입력값에 따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일컫는데, 가령 누군가 버튼을 눌렀을 때 예상 반응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레이턴시가 크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언뜻 사물의 유기적인 운동에 저항하는 ‘지연된 시간’의 개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레이턴시'는 오히려 그 저항에 의해 우회해야 하는 뜻밖의 경로와 결과를 야기하는 특수한 시간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시 《LATENCY: 유선형의 시간들》은 동시대 청년 미술가들의 작업을 이러한 특수한 시간 모델의 ‘레이턴시’에 간주해 보며, 주어진 환경의 제약을 돌파하기 위한 활동의 방편으로서 스스로 형태를 유선형으로 소조해온 과정의 결과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참여작가 김대환, 박윤지, 장다해, 전희수, 차슬아, NNK(윤태웅)의 평면, 입체, 영상, 설치 작업들이 배치되어 있는 전시 형식에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플랫폼엘에서 전시장에 기둥을 가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어울아트센터 전시공간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거울 구조물을 전면에 내세워 창작자들을 둘러싼 제약을 물리적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전시장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거울 구조물은 무형의 제약을 가시화하는 상징물로 기능하는 동시에 전시 설치 요소로 적극 활용되어 실제적인 제약이기도 하다.

또한, 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높이의 단상에 작품들을 배치하여 전시장의 환경 값을 철저히 재조정한다. 거울과 거울 사이의 경로를 따라 작품들은 전시 환경 속 독립적인 파빌리온과도 같이 작동한다. 마치 게임 환경에 접속하는 감각을 불러오는 듯한 《LATENCY: 유선형의 시간들》은, 기존 전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로그인해 보기를 제안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