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2007)하고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2012)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제나 컴퓨터 게임 안의 세상은 언제나 실제 세계보다 즐겁고 유쾌한 곳이다. 게임 안의 세계란 현실 세계로부터의 갈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구성 된 공간이기 때문인데, 현실 세계에선 아무 지위도 갖지 못한 사람도 게임 안에서는 훨씬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어떤 지위나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이런 특징이 많은 사람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하고 나 역시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 작업의 무대는 3D-온라인 게임이다. 이번 작업의 타이틀 아제로스(Azeros)는 이 게임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멸망한 왕국의 이름이다. 외침을 받아 몰락한 이 왕국은 현재 대부분의 영토를 잃고 도시 하나만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 왕국의 후손으로 태어난 나는 과거 왕국의 영토였던 장소를 여행하며 그 흔적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것은 내가 현실 세계에서 가상세계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가상세계 내에서의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실제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원색의 동화적인 풍경은 처음에는 풍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축축하고 무거운 희뿌연 세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게임이란 현실의 탈출구인 듯 보이지만 막상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살육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이다. 결국에는 게임 속 세상에서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층이 생겨나고 그들 사이에 갈등이 번져가게 된다. 결국 게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제로스 왕국이 되는 것이다. 모니터에서 캡쳐한 게임 속의 풍경은 크게 확대되어 흐려지고 대상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풍경 또한 처음 내가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른 새벽 게임 속 세상은 가장 분주한 시간이지만 나의 사진 속에 풍경은 아무도 없는 공허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