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전시 전경(OCI미술관, 2023) ©OCI미술관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3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인 이정근의 개인전 《SUPERNATURAL》을 8월 10일부터 9월 9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이정근은 줄곧 많은 고민과 진심의 시간을 녹인 사진 작업을 제작해 왔다. 찰나를 담는 영원이라 했건만, 야속하게도 사진 앞 관객은 영원보다는 찰나의 시간을 보내더란다. 항상 전작에서 느꼈던 단점이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작품 제작에 임했기에, 작가의 고민은 늘 한 가지로 수렴했다. 어떻게 하면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오래 붙잡을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정근, 〈Temptation trap〉, 2023, 혼합 매체, 145x160x320cm ©OCI미술관

고민에 사로잡혀 있던 찰나, 오늘날의 작업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다. 2021년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날 그의 작업실이 수해를 입는다. 자식과도 같았던 작품들이 몽땅 물에 잠겨 버렸다. 마음이 찢어졌으나 오히려 한 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다.

눈길을 사로잡을 방법으로 작가는 사진에 화려한 액자 갑옷을 입히는 방식을 택한다. 그에게 액자는 관객을 '유혹할(temptation)' 일종의 '덫(trap)'이다. 전시장 메인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높이 3m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기계체가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뽐낸다.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 주인공을 비추듯, 작품 양면에 일체형으로 매달린 20개의 조명 빛이 금속 재질의 마감 면에 반사되며 압도적 광을 선사한다. 작정하고 "날 좀 보소" 하며 뿜어내는 아우라를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할 수준이다.

이렇듯 화려한 외형은 자연스레 시선을 홀리기 마련이다. 작가는 실제보다 과장된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끌리는 현상을 일컫는 ‘초정상자극(Supernormal Stimulus)’ 이론을 차용하여 사진보다 과장된 액자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액자가 품고 있는 사진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인공 눈과 인공 비, 스모그 머신으로 피워낸 구름 등 모두 연출된 자연 현상을 촬영한 것이다. 실제 현상보다 과장되게 연출하여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 모조 자연은 알맹이보다 돋보이는 껍데기,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에 맥을 더한다. 

이정근, 〈Water world〉, 2023, 혼합 매체, 146x177x145cm ©이정근

한편 그의 액자는 화려한 외형을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까지 덧입어 완벽한 주객전도를 꿈꾼다. 작품의 주재료로 활용된 스테인리스, 철 등의 소재는 모두 번쩍번쩍한 장식적 특징을 갖추고 있음과 동시에 누수에도 끄떡없이 버틸 실용적 재료들이다. 나아가 모든 작품들은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다. 이를테면 출품작 〈너네 집에 가는 길〉은 집에 쥐가 나왔던 경험에서 출발한다. 쥐를 쫓는 도구로 곳곳에 밤송이를 두었던 옛 풍습에서 기인하여, 쥐가 지나왔을 굴을 떠올리며 인공 동굴을 제작해 촬영하고, 그 사진을 날카롭고 반짝이는 가시 수백 개가 돋친 구체 형태의 액자에 끼워 넣었다.

자연을 뛰어넘는 데 성공한 듯 보이는 부자연적 요소들. 이것이 작가의 작품이 갖고 있는 초자연적(SUPERNATURAL) 힘 아닐까. 관객은 자극적인 액자들이 부리는 초능력에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이제, 찰나는 영원에 보다 가까워진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