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스케이프》 포스터 © 우양미술관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의 역사는 길다. 동아시아에서는 예술의 자각 시기로 일컫는 중국의 동진 시대부터 ‘산수화’가 등장했으며 유럽에서는 인본주의 사상이 예술의 영역에서 대두된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으로 독립된 ‘풍경화’ 장르가 창작되고 감상되어 왔다. 풍경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해 온 것은 작품 내부에 진화에 용이한 우성인자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풍경’이라는 소재는 인간을 둘러 싼 파장 속에 존재하기에 보편성을 지닌다. 풍경은 문자 그대로 자연을 포함한 주변 환경을 지칭하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에 의해 해석된 주관적 풍경(-scape)를 지칭하기도 한다. 풍경을 통한 세계에 대한 탐구는 사진의 발명 이후 그 기세가 둔화되었으나 이 시대 여전히 유효하며, 무엇보다 자의식이 정립된 다음에야 후자의 주관적 풍경의 의미가 정의될 수 있기에 풍경은 관계 미학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석의 대상으로서 풍경은 끊임 없는 사유의 원천으로 가치가 있다.
 
풍경화에서 진가를 발휘해온 원근법과 복잡한 도시 풍경을 손쉽게 재현 가능했던 사진 기술의 등장으로, 시각은 더 이상 원초적 역할에 국한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지각을 동반한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보는 행위가 망막 속 시각상을 뇌 속에서 재창조하는 특이한 세계 체험의 양식 이라는 확장된 인식은 시각예술의 예술적 가치를 격상시켰다. 이러한 과정에 시각과 지각(사유)을 연결시켜주는 촉매로써 개인의 ‘상상’ 작용이 강조되었고 이것이 진부한 일상 풍경의 틀을 해체하고 인식의 자유를 여는 열쇠가 되었다. 롤랑 바르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제시한 개념 푼크툼(punctum)은 사진 감상 시 사소하고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상상과 감정의 가치를 역설하였다. 풍경 속에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생성되는 여백으로 인한 공간감은 개인의 상상 작용의 전개에 극적 역할을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메타-스케이프》전은 ‘메타적 풍경 읽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진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주관적 풍경 작품 속에서 ‘사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메타적 태도를 감지해 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여기서 메타(meta)라는 접두어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초월하는(beyond), 뒤에(after)를 의미하며 한 단계 더 높은 인식단계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현대회화의 선구자 폴 세잔이 십 여장 넘게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은 ‘메타적 태도’가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생 빅투아르 산〉은 세잔 자신이 매일 바라보던 산을 통해 자연형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형태의 근본 원리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시선을 스스로 탐구하며 자신이 대상을 바라보기 위해 취한 ‘시점’ 그 자체를 ‘소재화’ 한 결과작인 것이다.
 
이러한 메타적 태도는 창작된 작품의 ‘이미지’가 갖는 환영적(illusionary)의 한계를 인식하는 작가들의 자기 감각과 행위에 반문하는 자기참조적 거리두기로 느껴진다. 기존 세대의 창작 과정과 전개의 메카니즘에 의문을 표시하기에 메타적 태도가 갖는 가치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감지되는 작품은 어딘가 불확적정이고, 모호하며, 유희적, 체험적이며 일상적(everydayness) 태도가 감지된다.

이러한 양상을 ‘다양성’이라는 현대미술의 특징으로 단순히 수렴하기에는 미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현대 문명이 구축하고 있는 ‘확장적 풍경’이 생산한 중층적 맥락과 그 배후에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유방식을 감지해보는 과정을 통해 메타적 해석이 주는 ‘유희’를 체험하고, 나아가 작품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아보기를 기도하였다.
 
이를 위해 ‘풍경’을 단순 소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을 뒤로하고, 관람자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적극 독려하는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풍경에 기반한 사유’라는 지점만을 공통분모로 하고 회화, 사진, 영상, 설치의 멀티매체를 통해 ‘확장적 풍경’을 제시하는 국내외 주목 받는 신진 및 중진 작가 17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메타-스케이프》 전시전경 © 우양미술관

1층 2전시실은 박형근, 이정, 이호인, 장미, 안두진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되었으며, 2층 3전시실에는 강현선, 임선이, 이명호, 하태범, 김순임, 강소영릴릴, 한기창, 김준기, 이은실, 유승호, 조종성, 허수영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유승호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산수화를 제시한다. 먼저 그의 작업의 시작은 기존 중국 산수화 원작이 담고 있는 장엄한 교리적 이상이 현대인의 삶에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만의 익살스러운 유희적 태도를 작품 표현의 최소단위로 상정한다. 나아가 일정거리를 두고 관람을 요하는 모더니즘 에티켓을 비웃듯 작은 문자 단위가 모여 전체 형상이 구성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원경과 초 근경을 오가는 능동적 감상을 요한다.
 
한국사회를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공존하는 '비 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동시대에 혼재하는 상황)이 만연된 사회라 일컫는다. 이러한 사회 속에는 우리는 과거와 현재, 실제와 가상 사이의 현기증을 느끼며 살아간다. 본 전시를 통해 현실 풍경 속에서도 메타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 ‘예술적 태도의 일상화’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