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었던》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과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CGSI)가 공동 주최하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은 강제노동(forced labor) 현장 속에 흩어진 사진, 편지, 증언 등 다양한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일본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강제징용의 미시사를 발굴해냅니다. 이를 통해 계급, 인종, 젠더, 사회문화적 법제, 디아스포라 이주사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의 문제들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없는듯 굴곡의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는 강제 노동자들의 일상과 이들의 거주지에 남겨진 흔적들, 도시 개발 속에 사라져 가는 강제노동의 현장들, 귀환하지 못한 이들의 편지와 묘비 위에 새겨진 기억을 조망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쉽게 잊혀졌던 노동자들의 삶의 기록을 반추해보고 이를 통해 노동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조덕현, 〈창변의 K양〉, 2016 © 조덕현

우선 전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징용되었던 탄광과 그 속 노동자들의 모습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나아가 ‘윤병렬 컬렉션’ 등 실물 자료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일상을 선보입니다. 이어 다양한 노역에 동원되었던 노동자들의 얼굴과 수신자를 잃은 편지, 이들의 가족들이 남긴 생생한 목소리, 이국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묘비 자료 등을 통해 강제노동자들의 노스텔지어를 드러냅니다.

또한, 전시는 근현대사 속에서 명멸한 이름을 다시 기입하며, 이들의 삶의 의지와 경험, 공감과 연대와 공명하고 노동에 내재된 다양한 의미망을 직조합니다.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SeMA 벙커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강제노동자들의 일과 일상의 공간이었던 갱도의 심연과 조우하며, 노동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과거를 재정의하는 행위에 의문을 던지고, 그 의미 사이를 횡단합니다.

약 2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와 20여 점의 현대미술작품의 연동을 통해, 전시는 쉬이 배제되었던 노동자 아버지들의 서사, 어머니, 아내 등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구현된 젠더적 기억들, 노동의 현재적 의미, 노동과 디아스포라, 죽음과 기억 등 다양한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냅니다. 이를 통해 전시는, 있지만 없었던, 수많은 개별자의 이름을 호명해 다시 이 자리에 ‘있게’ 하는 공명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