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poster of 《ISEKAI RECIPE》 © Art & Chois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행위로 실제로 배를 부르게 하며 미각을 자극하는 이세계에서,나는 요리사로 일하게 되었다.” -람한 작가노트

본 전시 제목 《ISEKAI RECIPE(이세계 레시피)》는 ‘이세계(異世界)’의 일본어 발음인 ‘이세카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지칭하는 이세계는 주로 일본 서브컬처 창작물에서 비롯되어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개념이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이세계에서 활동하는 요리사를 자처한다. 


AI 제너레이티브 아트 (AI Generative Art)

람한 작가가 관람자에게 선보이는 요리는 AI 제너레이티브 아트로,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생성 플랫폼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음식 사진들이 작가가 생성한 이미지의 기반이 되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업로드하는 음식사진들은 오늘날 음식이 먹는 즐거움을 보는 즐거움으로, 그리고 공유하는 즐거움으로 확대되는 소비행위의 대상임을 반영한다. 유저들은 포스팅하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일상과 다른 특별한 곳, 행위, 분위기, 그리고 각종 문화의 단서들을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거의 실제 같은 이미지가 생성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초점이 뚜렷하고 질감과 색이 도드라지며 피사체 자체를 클로즈업한 사진이 대부분인 음식사진의 특징이 인공지능 제너레이터로 추출된 이미지에 상당부분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실제 같은 AI 생성 이미지에 더해, 음식사진과 어울리지 않는 혹은 일반적인지 않은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입력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같지만 아니기도 한 모호한 이미지들, 혹은 실제 같은 부분과 모호한 부분이 뒤섞인 이미지를 생성하였다. 


충분히 현실 같은 세계의 요리사

작가는 요리사가 온전히 자신만의 미식 내러티브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선보이는 오마카세를 작품에 연결하였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열 점은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한 사진 비율인 정방형에 일정한 크기로 제작되었다, 또 샌드위치, 푸딩, 스테이크 등의 대상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작품들은 에피타이저와 메인디쉬, 디저트의 순서를 따랐다. 
 
작가는 시각, 촉각과 같은 감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작업의 선상에서 미각을 다루었다. 실제 먹는 음식을 촬영한 사진으로부터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사진들로부터 재생성한 가상의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시각과 촉각의 감각을 입안의 감각으로 확장하도록 유도하였다.
 
실제 음식이 아닌 가상의 음식이, 실제 음식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가 우리의 감각을 어디까지 자극할 수 있을까? 작가는 질문에 “이미 우리의 현실세계는 가상세계와 상당히 뒤섞여 있다”며, “둘의 명확한 구분보다 둘의 모호한 경계에 집중할 때” 라고 말한다. 현실도 가상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에서 창작을 담당하는 예술가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한다. 작가는 ‘뒤섞인 현실과 가상’이라는 작가의 관심사를 강조하여 이번 전시에 AR(증강현실) 작업을 더하였다.

충분히 현실 같은 세계, 혹은 충분히 가상 같은 현실에서 오프라인 페인팅이지만 태블릿 속의 이미지이기도 한 람한의 작품 속 요리들, 이들 요리가 자극하는 다양한 감각의 영역을 경험해보기 바란다.
 
이번 전시는 ㈜리우션이 운영하는 온라인 아트 콘텐츠 플랫폼 이모먼트 (emoment.kr)의 팝업 전시로, 에이앤씨유니온과 협업하였다. 팝업 전시에 소개된 모든 작품들은 이모먼트(www.emoment.kr) 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작품 구매뿐만 아니라 인천에 위치한 남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콘텐츠 또한 살펴볼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