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침습》 전시 전경(글래드스톤 갤러리, 2024) ©글래드스콘 갤러리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서울에서 김조은과 함께하는 첫 전시 《최소침습(Minimally Invasive)》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비단 위에 제작된 신작 회화와 드로잉,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 그리고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 작품들은 고통,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비롯해 작가 개인의 삶에 기반한 기억을 다층적인 복합성 속에서 가시화하려는 김조은의 치밀한 시도를 이어가는 작업들이다.

‘기억 궁전(memory palace)’—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상상의 구조이자 기억이 머무는 집—이라는 개념을 참조하며, 작가는 자신의 다학제적 작업 방식을 활용해 기억을 위한 물리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공간을 구축한다. 이 공간에서 김조은은 선형적인 서사를 거부하고, 기억과 현실, 그리고 재현이 감정적으로 긴밀하게 교차하며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포착하고자 한다.


아침 김조은, 〈Next Time〉, 2024, 비단 위에 수채&파스텔, 월넛잉크, 화이트골드 리프, 황동 장식, 44.5x31.8x3.8cm ©아침 김조은

전시 제목 《최소침습(Minimally Invasive)》은 신체에 가해지는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과 수술의 섬세한 방식을 의미하며,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나의 기억 궁전에 기둥을 세우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최소침습》의 제목을 한자어 네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최最 / 소小 / 침侵 / 습襲. 이번 전시에서는 ‘소小’, 즉 작고 미세하며 적은 것을 의미하는 장을 선보인다.

여기에서 ‘최소침습’은 하나의 삶의 철학이 된다. 최소한으로 존재하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라는 사람들, 숲보다 가장 작은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몸짓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빠진 가사의 한 줄을 찾기 위해 멜로디를 흐트러뜨리는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삶의 태도다.”

김조은의 작업은 전적으로 직접적인 관찰과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기억을 현미경적으로, 그리고 프리즘처럼 분해해 고통의 순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영화적 장면들을 복합적인 이미지로 응축하며, 취약함의 감각을 꿈결 같고 시적인 시각 언어로 표현한다. 비단 위에 그려진 많은 작품에는 은은한 우울감이 흐르며, 전면에 등장한 인물이 따뜻한 포옹으로 다른 인물을 위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깊은 고통의 순간은 다정한 시선 속에서 굴절되며, 인간의 기억과 관계의 복잡성이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드러난다.


아침 김조은, 〈Smiles From Kloster Mariastein〉, 2024, 비단 위에 수채&파스텔, 월넛잉크, 화이트골드 리프, 황동 장식, 48.3x38.1x2.5cm ©아침 김조은

김조은의 섬세한 작업은 질감과 색채에 대한 세밀한 주의를 바탕으로 긴장된 감정의 교환을 깊이 있게 묘사한다. 작가는 선천적 안질환인 간헐적 사시(intermittent strabismus)를 가지고 있어 입체 시야가 제한되어 있지만, 뛰어난 드로잉 능력과 결합하여 기억을 다층적으로 포착하려는 “거의 강박적인 욕망”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지각의 특성을 활용해 작가는 친밀한 기억을 환영처럼 보이는 이미지로 발전시킨다. 이는 보는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마치 기억을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투명도를 지닌 비단을 활용해 김조은은 사물, 공간, 인물과의 관계에 대한 초현실적 기억을 보존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트랜스페어런티즘(Transparentism)’이라 부르며, 기억의 세부를 투명한 장면 속에 정직하게 포착하기 위해 매일 강박적이고 엄격한 작업을 이어간다. 이렇게 탄생한 일상적 정물들은 자전적 진정성을 바탕으로 매우 복합적인 구조를 지닌다. 시간의 흐름을 비선형적으로 기록하고, 보는 것과 기억하는 것 사이의 역동적인 교환을 포착하며, 우리의 인식 가능성을 확장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