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News from Nowhere : Laboratory of Spring and Autumn Collection》 © SCAI The Bathhouse

문경원과 전준호는 1969년에 태어난 한국의 아티스트 듀오로, 2009년부터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두 작가는 협업 이전부터 각자의 예술적 경력을 구축해 왔는데, 문경원은 회화와 실험적 영상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전준호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작업 세계를 확장해 왔다. 두 작가의 작업 중심에는 장기적인 다학제 프로젝트인 ‘News from Nowhere’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동시대 미술의 역할과 의미를 사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영화, 설치, 사진, 워크숍, 책, 웹사이트, 뉴스레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개되는 예술적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의 첫 협업 작업은 2채널 영상 설치 〈세상의 저편〉(2012)으로, 《dOCUMENTA 13》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며 현재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이후 2022년에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대규모 개인전 《News from Nowhere》가 개최되어 일본 관객에게 소개된 바 있다.

Installation view of 《News from Nowhere : Laboratory of Spring and Autumn Collection》 © SCAI The Bathhouse

이번 전시는 영상 설치 작품 〈팬텀가든〉(2024–2025)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미래에 대한 작가들의 사변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팬텀가든〉의 배경은 봄과 가을이 사라진 미래 세계이다.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 9월 말에도 섭씨 30도를 넘는 기온이 지속되는 현실 속에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기상학자들은 일본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머지않아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는 두 계절의 체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전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들은 과학소설을 연상시키는 세계관을 설정한다. 맨체스터 대학 휘트워스 미술관 관장 숙경 리는 이러한 미래의 재현을 ‘비판적 디스토피아’로 분석하며, 그것이 동시대 사회에 내재한 디스토피아적 요소와의 대면을 유도한다고 설명한다. 이 세계에는 ‘이전의 모든 지식이 축적된 존재’라고 묘사되는 고독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러나 〈팬텀가든〉에서의 주인공은 동시에 봄과 가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지의 축적된 존재’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주조 알루미늄 설치 작품 〈Prosperos Botanica〉(2025)도 함께 선보인다. 식물은 이전 작업들에서 종종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며, 인간에게 필수적인 무언가를 다음 세대와 문명으로 전달하는 ‘운반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알루미늄은 또 하나의 운반자로 등장하며, 동시에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잔해이자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물질로 제시된다.

미디어 고고학자 유시 파리카(Jussi Parikka)는 알루미늄을 현대성을 특징짓는 물질 중 하나로 언급하며, 컴퓨터 과학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 재료로 설명한다. 또한 알루미늄은 산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기의 광택을 위해 제품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알루미늄 분진이 발생한다. 이러한 물질을 통해 작가들은 기술 발전과 자원 경쟁이 심화되는 동시대 문명의 물질적 조건을 비판적으로 사유한다.

Installation view of 《News from Nowhere : Laboratory of Spring and Autumn Collection》 © SCAI The Bathhouse

최근 문경원과 전준호는 ‘Spring and Autumn Collections’를 대표하는 새로운 작업의 개념을 공유했다. 하나는 봄의 향기를 구현하는 종유석 형태의 조각이며, 다른 하나는 지구의 해양 생태계가 사라진 이후, 고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들을 진동과 펄스로 안내하는 소리 등대에 관한 작업이다. 작가들이 후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사라진 계절을 탐색한다는 점은 예상 밖의 방향이기도 하다. 아직 전시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전시 역시 동시대 사회에 대한 문경원과 전준호의 비판적 상상력으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한다.

 
마정연
간사이대학교 문학부 영화·미디어학과 교수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객원 큐레이터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