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MCA Hyundai Motor Series 2023: Yeondoo Jung – One Hundred Years of Travels》 © MMCA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 작업에 주력하는 현대미술가 정연두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백년 여행기》를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자 지난 2014년에 설립된 《MMCA 현대차 시리즈》의 10번째 선정 작가인 정연두는 4점의 신작을 포함하여 총 5점의 영상, 설치, 사운드 작품을 소개한다. 그동안 정연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거시적 서사를 구성하는 다층적인 존재 및 목소리에 주목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역사적,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을 소환, 시공을 초월한 연결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주와 이국성’의 주제에 다가간다.

Installation view of 《MMCA Hyundai Motor Series 2023: Yeondoo Jung – One Hundred Years of Travels》 © MMCA

전시명인 ‘백년 여행기’는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들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작가는 당시 조국을 떠나 멕시코로 이동한 한인 이주기와 멕시코에서 건너와 제주도에 뿌리를 내렸다고 알려진 백년초의 설화적 여행기 사이의 유사성에서 영감 받았다. 태평양 각 끝에 위치한 두 나라를 오가는 식물의 ‘이식’과 뿌리가 뽑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된 한인들의 ‘이주’의 연결성은 이들의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를 기존의 이주 서사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삶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단서가 된다. 

전시의 주요 작품인 4채널 대형 영상 설치작품 〈백년 여행기〉(2023)는 멕시코 이민과 관련된 기록들을 기반으로 작가가 연출한 한국의 판소리, 일본 전통음악 기다유(분라쿠), 그리고 멕시코의 마리아치의 공연을 3채널 영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직접 멕시코를 방문하여 한인 이민 2~5세 후손들을 인터뷰하고 유카탄 주 에네켄 농장의 다양한 열대 식물들을 촬영하는 등 관계성과 수행성을 바탕으로 한 작업 방식을 실천하였다. 

Installation view of 《MMCA Hyundai Motor Series 2023: Yeondoo Jung – One Hundred Years of Travels》 © MMCA

이 밖에도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후손들의 현재적 모습을 마주 선 2채널 영상으로 보여주는 〈세대 초상〉, 설탕으로 만든 마테체(전 세계 농기구) 오브제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제국주의 정치학 등을 피력하는 12미터 높이의 벽면 설치 〈날의 벽〉 등도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사진과 영상, 텍스트와 사운드, 공연과 설치를 넘나드는 작가의 복합 매체 활용법은 이주 역사라는 다큐멘터리적 주제와 고정된 서사 아래 숨겨진 다양한 상황 및 혼종성의 맥락을 구체화하는 시각적 장치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낯섦에 대한 동시대적 공감의 지형을 그려내는 정연두의 개인전은 내년 2월 25일까지 진행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