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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2014.09.02. - 2014.11.23,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
2014.09.01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2014년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는 강렬한 식민과 냉전의
경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급변을 공유하는 동시대의 ‘아시아’를 화두로 삼았다. 본 비엔날레의 제목에서 ‘귀신’은 아시아의 누락된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기나긴 가부장제 사회를 살아온 ‘여성의 시간’을 비유한다.
본 비엔날레는 불교, 유교, 무속,
도교, 힌두교의 발원지이자 그 종교적 영향이 여전히 깊은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가들이 그 정신문화의 전통을 어떻게 새롭게 발견, 발명하는지를 주목했다.
비엔날레 전시는 미소 사이의 패권 경쟁으로만 볼 수 없는 냉전의 지역적 다양성을 살펴보고, 다양한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 방법이 금기, 망명, 전산망
해킹, 코드 해석, 정보 통신과 같은 ‘간첩’과도 유사해 보이는 활동과 닿아 있는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권력에 무력한 존재인 ‘할머니’가 표상하는
인내와 연민이 권력을 윤리적으로 능가하는 능동적인 가치로 다시 생각해보기를 제시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최진욱의 〈북한 A〉는 2000년에
열린 《서울의 화두는 평양》이라는 전시를 위해 그린 그림이다. 2000년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직후로 남북 사이가 그나마 좋을 때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우리가 주로 경험한 ‘미술’은 신문과 잡지를 위해 그려진 몇몇 화가들의 가벼운 여행 스케치와 금강산 ‘달력사진’이었다. 당시
많은 화가들이 실크로드를 걷는 낙타를 그리듯이 북한의 인물이나 풍경을 ‘이국의 평화로운 풍경’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북한 A〉와 〈북한 B〉
역시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이 그림은 당시의 이데올로기적으로 ‘순수한’ 그림과 전혀 달리, 뭔가 불순해 보인다.
이 그림들은 평화로운 풍경을 넘어 일종의
낙원의 이미지로서, 즉각적인 이념적 부담을 떠안는다. (게다가 우리는 북한이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표현을 버릇처럼 쓰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북한이 사회주의 낙원에서 한참 멀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북의 통치자나 인민조차도 ‘북조선’을 더 이상 낙원으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그림은 북에서나 남에서나 현실적인 그림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아득한 꿈의 이미지이다. 이에 따라 이 그림은 보기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게 된다.
북한의 인민화가들이 고도로 조작적인
선전선동 이미지를 제작할 수는 있어도, ‘진정한 낙원-인민의 정말로 즐거운 한때’를 그리지는 못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그림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폭로하는 것이다. 공산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이념의 과잉은(실제로는 물론 이념의 부재이기도 함) 현실의 순간순간에 실제로 존재하는 ‘행복한 순간’에
대한 관심을 배제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그림은 아름다운 파라다이스의 꿈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북에서도 남에서도 그릴 수 없거나
그리지 않는 ‘낙원 북한’, 남북 모두 금기시하는 (적어도 이념적으로) 게으르고 긴장 없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완전히 이완된 세계의 어떤 장면이다.
〈북한 A〉, 〈북한 B〉는 하나의 그림이 된, 이상과 현실, 동기의 선과 결과의 악, 의지의 상승과 실제의 추락, 순간의 현상학적 즐거움과 이데올로기적
도그마 사이에 존재하는 막대한 모순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