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My Drawing Comes From The West》 전시전경 © 백 아트

백아트(Baik Art)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김을의 개인전 《드로잉이 서쪽에서 온 까닭은?》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6점의 박스형 앗상블라주 작업, 150점의 스케치 및 드로잉, 그리고 150개의 피규어가 놓인 하나의 테이블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드로잉 연작 ‘Twilight Zone’ 중 12점이 소개되며, 몽환적인 실내와 풍경을 통해 작가가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김을은 주얼리 디자이너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이후 목수와 목회자로서의 경험을 거쳐 작가로서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축적된 육체적·정신적 훈련은 그의 작업 전반에 스며 있는 사유의 깊이를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초기에는 가족의 혈통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자화상 회화로 풀어냈으나, 1990년대 말 작업의 중심을 회화에서 드로잉으로 전환하면서 오늘날 김을 작업의 핵심을 이루는 조형적 언어와 미학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Why My Drawing Comes From The West》 전시전경 © 백 아트

작가의 부친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조예가 깊은 서예가로, 김을의 내성적이고 사유적인 태도는 이러한 성장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노자와 장자를 비롯한 도가 사상은 그의 작업 세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서구 미학과 문화적 토대 위에서 작업을 전개하면서도, 그의 작품 전반에는 동양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가 유기적으로 스며 있다. 김을은 자신의 드로잉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유의 상태를 지향해왔다.
 
드로잉은 김을의 작업 세계에서 중심적인 매체이자 태도이다. 그는 드로잉을 특정 형식이나 장르로 한정하기보다, 매체의 전통과 관습을 넘어 사유를 확장하는 실천으로 인식한다. 기존의 제작 관습과 반복된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한국 동시대 작가 세대의 흐름 속에서, 김을은 구상과 탐구적 드로잉을 병행하며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동시에 응시해왔다. 그의 드로잉은 축적된 시간과 사유를 기록한 시각적 일지로서, 개인적 경험과 세계 인식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