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지의 작업은 개인의
감정, 관계, 신체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가족 관계, 특히
어머니와 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내밀한 서사를 다루었으며, 첫 개인전 《마고》(d/p, 2019)에서 여성의 초상과 풍경, 사물을 통해 ‘여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제시했다. 이 시기 작업은 개인적인 경험에
밀착해 있으면서도, 그것을 사적인 고백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보다 넓은 관계망으로 확장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기준과 어떻게 충돌하거나 배제되는지로 이동한다. 촬영 행위가 필연적으로 프레임
바깥을 배제한다는 자각은, 사회적 규범과 시선의 바깥에 놓인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두산갤러리 단체전에서 선보인 바 있는 영상 작업 〈리아〉(2022)는
가족을 잃은 지인과의 대화에서 출발해, 죽음과 애도의 과정이 사회적 기준에 따라 판단되거나 누락되는
현실을 다룬다. 여기서 애도는 보편적 감정이 아니라, 각기
다른 속도와 감각을 지닌 개인적 과정으로 제시된다.
단체전 《춤추는 낱말》(서울시립미술관, 2022)에서 선보인 ‘거기에 있는 이들’(2022) 연작은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을 분명히 드러낸다. 자화상, 가족, 퀴어 퍼레이드, 세월호, 홍콩
민주화 운동 등 서로 다른 사건과 장면들은 동일한 정서적 평면 위에 놓이며,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사건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병치된다. 이는 작가가 사회를 거대한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얼굴과 관계의 집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전 《부족한 별자리》(안팎스페이스, 2023)와 《수프 같은 것》(캡션 서울, 2025)에 이르러 황예지는 슬픔, 가난, 상실, 애도와
같은 상태를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다룬다. 특히 《수프 같은 것》에서는 요리, 기록, 돌봄, 글쓰기
등 오랫동안 사소하게 취급되어온 ‘여성적 행위’를 역사와
기억을 다시 쓰는 감각적 실천으로 제시하며, 개인의 감정이 사회적 언어로 전환되는 지점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