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ood, Metal, Earth: Three Materials, Three Languages》 © Choijungah Gallery

《목금토: 세 가지 재료, 세 가지 언어》는 나무(木), 금속(金), 흙(土)이라는 자연의 재료를 매개로 창작해 온 작가 3인 (정현, 김홍식, 서혜경)과 그 작업을 깊이 있게 탐구해온 미술이론가 3인 (조은정, 최열, 김인아)이 함께하는 소통의 전시다.

구석기 시대, 최초의 미술인 동굴벽화는 주변에 있는 일상과 자연의 재료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고 자연스러운 재료인 나무, 금속, 흙을 다루는 작가들과, 그 재료와 작업에 대해 글을 쓰는 미술이론가들이 함께 전시를 하면 어떨까?’라는 대화에서 출발하였다. 단순히 작품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사유와 흔적을 담은 이론가들의 원고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작품과 글, 재료와 언어가 교차하며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전시 형식을 선보인다.

작가 정현과 미술이론가 조은정은 ‘나무’를 주제로 전시를 구성한다. 정현은 침목, 전봇대, 철근 등 도시 속에서 버려진 목재와 금속을 활용하여 삶의 흔적을 조각으로 형상화해온 작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산불 지역에서 수집한 탄 나무를 사용해 생명을 마감한 나무의 존재를 다루며,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불에 그을려 숯이 된 나무는 검게 반짝이며, 금속성과 유사한 물성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를 ‘화장(火葬)’이라 부르며, 삶을 마친 나무를 마지막으로 단장하는 행위로 승화시킨다.

정현의 작품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압축한 오브제이며, 관객은 그 앞에서 삶과 죽음, 존재의 순환을 직면하게 된다. 살아있던 나무가 검게 산화한 숯으로 변해가며 반짝임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현의 작업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예의이자, 삶의 본질을 되묻는 조형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Installation view of 《Wood, Metal, Earth: Three Materials, Three Languages》 © Choijungah Gallery

작가 김홍식과 미술이론가 최열은 ‘금속’을 매개로 도시와 인간, 예술의 관계를 고찰한다. 김홍식은 금속, 그 중에서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다루는 작가로, 금속판에 감광 실크스크린, 부식, 채색 등의 과정을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그의 작업은 도시인이 마주한 풍경, 문명이 낳은 물질 세계를 반영하며,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아득한 심상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 형상은 오래된 사진처럼 흐릿하지만 아름다우며, 이는 동시대 도시인의 기억과 추억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산책하듯 탐색하며 ‘작품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동시에 포착한다. 관람의 행위 자체를 프레임에 담아낸 그의 작업은 예술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재조명하며, 금속의 물성과 도시적 감수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쇠의 연금술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작가 서혜경과 미술이론가 김인아는 ‘흙’을 통해 자연과 조형 언어의 관계를 탐색한다. 서혜경의 작업에서 흙은 감각적 언어이자 존재와 존재 사이의 교감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다. 작가는 흙의 굳음과 갈라짐, 재생 가능성을 ‘시간의 물성’으로 인식하며, 조형의 대상이기보다는 함께 반응하고 변화하는 타자로서 흙을 받아들인다. 서혜경의 테라코타 작업은 픽셀 단위로 구성되어 전체와 세부의 균형을 드러내며 교감의 언어로 기능한다. 균열을 메우고 깨진 것을 덧붙이는 그녀의 태도는 조형 방식이자 삶의 윤리적 실천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태도는 흙이라는 물질을 통해 시간, 기억,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현대적 성찰로 이어진다.

최정아갤러리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예술 창작에 있어 재료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것이 함축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목금토: 세 가지 재료, 세 가지 언어》 전시는 작가와 이론가 간의 대화를 통해 예술의 다층적 해석 가능성과 동시대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