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송다슬 작가는 오늘날의 미디어환경에 주목한 영상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이미지 또는 무빙이미지를 시간이 물화된 하나의 결과물로 바라보고, 보는
이가 시간의 물성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전시한다. 작가에게 스크린 속의 풍경은 캔버스의
회화처럼 세계를 재현하는 투명한 윈도우가 아니라, 여러 감각이 충돌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업에는 잘리고 붙여져 편집된 시간과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일그러진 밤〉에서 그러하듯, 영상은 마치 카메라 셔터
소리와 같은 파열음을 내며 불연속적인 형상을 그려낸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동시대의 이미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경험하는 매개된 감각을 실험하기 위함이다.
반면, 배소영 작가의 경우,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지가 독해되는 방식과
이미지와 기호의 틈 사이를 연구한다. 이 과정은 다소 즉각적이고 동물적이다. 따라서 감각들을 ‘분위기’ 또는 ‘상황적 연출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악마는 웃는다〉, 〈야광 유령들〉 작품의 제목에서 우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일종의 유혹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불안감, 공포와 함께 나타나는 은근한 달콤함을 자신의
신체로 껴안으며 다양한 형상의 이미지들이 말하고자하는 감정들을 공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두 작가의 협업을 탄생한 작품은 〈동굴, 돌,
잠꼬대하는 사람들〉, 〈쓸모없는 선물과 경건한 마음, 그리고
우유에 젖은 고양이〉, 〈황금 눈〉, 〈님프들의 자장가〉이다. 그 중 〈황금 눈〉과 〈님프들의 자장가〉는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는 렌티큘러 작품이다. 작품 앞에서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다보면, 하나의 화면 안에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조화를 이루고, 이 이미지들이 보는 사람에 의해 다시 편집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이렇게 용암과 빙하 충돌, 그리고 흑요석의 여로에 참여하게
된다.
송다슬과 배소영은 2020년 말에 결성한 프로젝트 팀 ‘문탠샵’(송다슬, 배소영, 이은솔)의 일원이며, 이들 팀은 지난 9월에
개최한 《타이포잔치 2021 : 거북이와 두루미》에 〈에코의 계곡〉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송다슬 작가가 전시 서문에서 말했듯,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이들이
생성시킨 검은 돌은 언젠가 자기 자신이 완전히 소진됐다고 느낄 때 고단한 여행길을 끝내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여행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길의 끝에 이들이 일궈낸 궤적은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참고로, 이번 전시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하니, 사전 예매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