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4도씨》, 2024.01.30 – 2024.04.28, 세화미술관
2024.01.30
세화미술관

Installation view ©Sehwa Museum of Art
디지털 미디어가 매끄럽게 포개진 시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 경계를 흐리는 듯한
이 시대에 과연 알고리즘으로 모형화하기 여전히 어려운 ‘무엇’이
인간에게 남아있을까? ‘논알고리즘 챌린지’ 《4도씨》는 그 무엇을 ‘기억’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기억은 사물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이다.
이 의미를 천천히 되짚어보면, 기억이 인지 과정에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그러한 인지 과정을 모방하여 설계한 것이 인공지능이라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특히 딥러닝 모델은 인간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을 향상시키는 모델이라고 하니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듯 느껴지기도 한다.

Installation view ©Sehwa Museum of Art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쌓아 감으로써 체화(體化)하게 되는 광범위한 인지 능력과 주관적 경험은 인공지능에게 있지 않다. 몸을
입고 있어 감각할 수 있기에 얻어지는 경험과 기억, 인지 능력은 인간에게 한정된다. 물론 기계나 인공지능에게 있어 데이터는 인간의 기억처럼 필수적인 작동 기반이지만, 그러한 데이터가 기억과 같이 어떤 모순이나 망각, 혹은 도약이나
비약과 같이 비합리적인 과정, 비결정적인 작동방식을 입기는 어렵다.
이러한
기억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에는 비합리적 모순과 마주한 의문이 들어선다. ‘기억은 어떻게 가라앉고 떠오를까? 한번도 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할 어떤 태곳적 기억은 없을까? 디지털
가상 세계의 (비)인간 존재들은 어떤 기억을 지닌 존재로
살게 되는 걸까? 혹시 모든 기억이 돌연 사라진다면? 다른
기억을 가져올 수 있다면?’ 《4도씨》 전시는 이러한 호기심과
질문을 던지며, 감각과 기억, (비)인간과 기억, 미래와 기억을 다양하게 연결 지어보는 시도로 SEOM: (섬:), 오묘초, 태킴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에게 고유한 인간다움을 ‘기억’ 가운데
찾아보는 시도 곁에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논알고리즘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감각, 몸, 이제 기억을 짚고 넘어가는 지점에 무엇을
이끌어볼 수 있을까? 《4도씨》는 매끈한 거울 같은 인공
세계뿐만 아니라 죽음이 있기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감수할 것이 있는 세계와 기억을 연결 짓는
것을 제안한다. 그러한 세계를 상상하던 중 섭씨 4도씨의
물은 바로 그 자체 은유였다.
추운 겨울철, 강물이 얼어붙어 모든 생명이 소거된 듯 보여도 강물의 맨 밑바닥에는 4도씨의 물이 흐르고 있다. 물은
4도씨에서 가장 무겁기 때문에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물은 위로 올라간다. 이로써 얼어붙은
강물에서도 물고기는 살아간다. 섭씨 4도씨 물의 속성에 흐르는
생명이 보호받는 신비, 그 세계를 전시 타이틀로 삼았다. 《4도씨》 전시는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건드리고, 얼개를 짜내면서,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억의 인지 과정을 마음에 담아보며 이 모순적이고 어설픈 무엇이, 어쩌면 세계의 모든 존재를 모형 삼아 시뮬레이션 하려는 인공적 세계 바깥에서 생명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이어갈 4도씨 물의 공간, 길목이 될 것이라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