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주, 〈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 2025, 퍼포먼스, 30분 ©홍은주

지난해 홍은주는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뮌헨 문화예술국, 괴테 인스티투트 타이베이와 협력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타이베이의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3개월간 작업했다. 아파트먼트 데어 쿤스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 체류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 시기 그는 전통 동아시아 연극과 인형극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본 전시는 그 결과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통 동아시아 연극에서는 괴물, 유령, 영적 존재와 같은 신비롭고 비인간적인 존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의 기쁨과 고통, 갈등을 상징적으로 체현하는 존재들이다. 특히 인형극과 가면극은 인간의 몸이 ‘다른 것’으로 변형되어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만드는 통로로 기능한다.

홍은주, 〈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 2025, 퍼포먼스, 30분 ©홍은주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퍼포머와 인형, 캐릭터와 배우, 조종하는 자와 대상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한다. 메타적인 시점에서, 그는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형을 통해 말하는 행위를 통해 인간 신체의 취약성, 퍼포먼스 행위 속에 남는 감정의 흔적, 그리고 이러한 제스처에 내재된 힘과 폭력성을 성찰한다. 동시에 그는 연극이라는 형식, 혹은 그 무형성 자체로 시선을 확장한다.

아파트먼트 데어 쿤스트에서의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홍은주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실물 크기의 인형을 제작했다. 무대의 가장 초기 형태는 중정(courtyard)이었다. 돌을 깎아 좌석을 만들고, 그 중정은 비극적 사건들을 목격하는 극장이 되었다. 이는 하나의 관람 행위이자 동시에 의례적 사건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공간을 ‘보는 장소’를 의미하는 ‘테아트론(theatron)’이라 불렀으며,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며 ‘연극(theatre)’이라는 말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뒷마당에서 펼쳐질 이번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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