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 전시 전경(P21, 2020) ©P21

P21은 2020년 5월 21일부터 6월 28일까지 최하늘의 개인전 《샴 Siamese》을 개최한다. 매체와 장르의 혼종이 평범하게 일어나는 요즘, 조각으로만이 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오늘을 의심하고 내일을 질문하는 조각가 최하늘은 매체적 신념이나 물성에 대한 수행적 헌신이 아닌 도구나 대상으로써 조각을 다룬다.

고전적 조각 문법과는 상이하게 그는 결코 하나의 덩어리로 스며들거나 흡수될 수 없는 물질과 사물 등을 해체, 교차, 재조합하며 기성의 인식과 시점을 흐트러뜨린다. 본래의 관계를 단절하고 불편하리만큼 상충하는 개념과 물질의 맞붙임을 통해, 최하늘은 우리 안에 오랜 시간 확고하게 자리 잡은 통념과 질서, 예술의 유산, 문화의 위계, 젠더 이슈 등을 파괴하고 갱신된 새 질서와 방향을 제시한다.

최하늘은 그동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조각가로써 독립적인 3차원의 입체물과 3차원적 경험을 유도하는 공간 설치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존의 보는 방식에 대한 고찰을 이어 왔다. 그의 고민의 흔적들은 지난 전시들에서 엿보이는데, 2017년 개인전 《No Shadow Saber》에서 최하늘은 스크린 속 완전 평면적 모순을 입체의 ‘단면’이 가진 한계와 왜곡, 상상의 가능성으로 치환해 냈다.

또한 무대적 장치 및 움직임이 부가된 공간설치로 관객의 시점을 다양하게 이동시키고 3차원적 경험을 선사하였다. 이어 2018년 개인전 《Café, KONTAKTHOF》에서도 화려한 색과 무늬의 인테리어용 시트지, 염가의 IKEA 가구, 유명 디자이너의 모조품 등 그럴듯한 장식적 표면을 가진 것들로 공간을 가득 채우며 표면과 형태, 실체와 괴리를 꼬집었다.


최하늘, 〈The Other Part of His Siamese 2: Hermaphrodite〉, 2020, 혼합매체, 70x70x178cm ©P21

조각의 미래를 고민하는 최하늘은 조각 안에서 종간(種間)의 혼재를 시도한다. 그가 시도하는 혼종의 기술에는 레디메이드부터 우레탄, 아이소핑크 등의 산업 재료까지 온갖 물성을 뒤섞고 조소와 아상블라주, 공간 설치를 넘나들며, 이미 검증이 끝난 듯 강경하게 자리잡은 미술사 속의 형태들을 재소환하여 새로운 표면을 입히는 등의 파괴와 갱신의 태도가 내재되어 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젊은 모색 2019》에서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대규모 조각군 〈초국가를 위한 내일의 원근법 모듈〉 (2019)은 각기 다른 형태와 형식의 개별 조각 10개가 각각 하나 또는 두 개 이상의 제목이 부여되며 혼합된 정체성의 존재로 등장했다. 이러한 성별, 인종, 종교, 세대가 한 몸을 이루는 초월적인 몸들을 통해, 최하늘은 현재 국가의 질서를 비판하며 미래의 갱생적 초국가를 위한 다시점적 원근법을 제안했다.

파괴와 갱신의 태도를 장착한 최하늘의 혼종의 기술은 그가 최근 천착해온 ‘퀴어’와 ‘퀴어 포멀리즘’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연장되어 나타난다. 최하늘은 남성 중심적이고 때로는 마초적이었던 모더니즘 조각의 대표적 작품이나 그것을 연상시키는 형태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다양한 정체성의 표피를 입혀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제한적 시각 정보만을 제공하는 평면의 이미지를 입체물로 옮기는 과정은 당연히 원본과 좁힐 수 없는 오차를 남기며, 표면 질감 또한 이미지를 통해 유추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원본을 구현하기보다 의도적으로 변형을 가한다.

이번 전시 《샴 Siamese》에서 그는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거장인 김종영을 극복이자 의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김종영의 형태 위에 퀴어 페티쉬의 조형성을 덧씌웠다. 김종영의 조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체 모티프와 인간의 시각성을 통한 휴먼스케일이라면, 최하늘은 예의 형상에 욕망의 골격을 포갠다. 퀴어 섹슈얼리티의 렌즈를 거치면서 점잖고 금욕적인 불각의 이미지는 몸의 쾌락적 분위기로 역전되는 새로운 해석을 제안한다.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경쾌하게 다가오는 색감과 패턴으로 된 표피를 입은 최하늘의 작업은 강경하게 그리고 어쩌면 폭력적으로 자리 잡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의심, 질문, 조롱, 비판 사이를 영리하게 오고 간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듯, 최하늘은 보수적 한국 사회 속에서의 퀴어 작가로서 우회적이기보다는 솔직한 화법으로 자신을 드러냄에 망설이지 않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