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알림]물도 천천히 씹어먹듯이 마시면 좋습니다》, 2020.12.05 – 2020.12.20, 탈영역우정국
2020.11.24
탈영역우정국
조호영, 〈60과 120 사이〉,
2017-2019, 12개의 연결된 의자, 철, 가변설치 ©탈영역우정국
조호영의
개인전 《[알림]물도 천천히 씹어먹듯이 마시면 좋습니다》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에 우리가 인지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전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해진 사소한 대상들을
느린 박자로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제는 일상속에서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대상의 존재를 개체, 감각, 관계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그 관계성을 운동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풀어낸다.
조호영, 〈너가 전하는
무게〉, 2020, 지시저울, 움직이는 검은 비닐봉투, 15x25x35cm ©탈영역우정국
본
전시는 조호영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가 그간 수면 아래 다져온 작업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작업을
전망할 결정적 장면들로 구성됐다. 조호영 작가는 사물 간의 관계와 이를 지각하는 신체의 감각 작용이라는
두 방향의 시선에서 작업의 주제를 조직해 왔다. 물리적 세계에서 사물 간의 관계는 그들 사이에 이미
언제나 작용하고 있는 물리 법칙에 의해 결정되며, 사람 간의 관계는 심리적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사물의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지된 물체 사이에 움직임 발생 직전의 팽팽한 대치 상태의 긴장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벌어지거나 좁혀지면서 유지되는
물리적 거리의 감각이 있다. 전시작들은 사물 혹은 사람 간의 관계를 그들 간의 물리적인 현상과 심리적
거리감에 의해 끊임없이 그 위치와 움직임이 재설정되는 현재 진행중인 상태를 통해 가시화한다.
그리고
이제 물리/심리 법칙들의 균형 상태에서 결정된 사물들의 연속적인 상태를 느끼도록 초대된, 당신의 감각하고 착각하는 신체가 있다. 각각의 상황을 통해 관객은
감각의 실체를 마주하고, 착각에 의해 변화하는 오차범위를 절감하고, 물리
법칙과 심리적 거리에 의해 사물 혹은 그 상황에 개입한 자신이 맞이하게 된 상태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요동치는 사물을 받치고 있는 저울이 있다.
저울의 눈금 값은 사물의 정확한 질량만이 아니라, 사물의 움직임이 저울 접시에 가감하는 충격과 반동의 값을 포함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눈금은 결코 고정되지 않는 현재를 수치화한다. 전시장은 이 저울의
접시와도 같은 일종의 접촉지대로서, 감각의 오차범위까지 마주할 장소가 된다. 감각 또한 저울의 눈금과 같이 끊임없이 흔들린다. 때로 신체의 감각은
사물의 그러함과는 상이하며, 이는 착각이거나 상대적인 진실일 수 있다.
이제 당신의 감각이 어느 쪽에 가까울지 가늠해 보는 시간으로 입장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