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Frontiers of the Climate Crisis》 © Koo House Museum

“우리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행동하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경우, 극단적인 기후재난과 생태계의 붕괴, 식량자원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C’는 단순한 온도가 아닌,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계이다.

구하우스 미술관은 이 결정적 수치를 단지 위기의 지표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로 제시한다. 《기후 위기의 경계 1.5℃》전은 환경에 대한 현실적, 비판적, 은유적 시선을 담은 예술작품들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실체를 다층적으로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경고–성찰–실천이라는 흐름 속에서, 예술이 환경 문제를 설명하는 수단을 넘어, 그것을 사유하고 행동으로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1인의 참여작가들은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기후 위기를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Installation view of 《The Frontiers of the Climate Crisis》 © Koo House Museum

김선우는 인간의 개입으로 멸종된 도도새를 기억하라 한다. 김시하는 산불과 그 잔해의 서사를 담아내고, 김은하는 폐의류에 자라난 상상의 생명체를 통해 순환과 재생 가능성을 탐색한다. 박세은의 작품은 시멘트와 식물의 대비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생명의 가능성과 도시 생태의 회복을 사유하게 한다.

백정기는 식물 색소와 시간의 흐름을 통해 기후 위기의 불가역성과 자연의 무상함을 성찰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또한 변대용의 북극곰은 생존의 위기를 상기시키며 송수영은 익숙한 사물에서 인간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읽어내고, 양쿠라의 몬스터는 해양 쓰레기로부터 탄생했다.

이채원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화를 통해 탐구하며, 인간 중심 사고로 인해 소외된 자연을 신비롭고 처연한 풍경으로 표현한다.

장한나는 스티로폼과 자연물이 결합된 플라스틱 지층 ‘뉴 락’을 탐구하며 우리로 하여금 '자연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기애가 기록한 미세먼지의 형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지만, 종종 간과해온 환경 변화의 단면들을 은유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Frontiers of the Climate Crisis》 © Koo House Museum

이들의 시선은 단지 재난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이 풍경에 익숙해졌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전시는 미술관 내부를 넘어 외부 글래스룸과 외벽 벽화까지 확장된다. 특히 외벽에 설치된 대형 벽화 ‘1.5℃’는 전시의 키워드를 미술관 밖으로 끌어내며, 예술이 환경 담론을 어떻게 공공의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속에, 바다와 땅에, 인간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이 전시는 예술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보고서이자,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