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백화점(b. 1999)은 미디어 설치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환상성을
지닌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그 이미지가 몸과 세계에 연결되는 모습을 탐구한다. 작가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불온한 판타지’를 몸과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며, 온라인과 온라인 밖에서의 신체 감각에 대해 실험한다.

원정백화점은 작가 이원정이 퍼포먼스를 서비스 형태로 구성하여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이 브랜드를 통해 퍼포먼스 기반의 영상, 미디어 설치 작업을
제작하고, 현재의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속에서 제시할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일회적인 이벤트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로 진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정백화점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서비스하거나 환상을 쫓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환상이나 릴스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금세 소멸하는
것을 붙잡기 위해 영원한 존재인 ‘신’의 것을 훔쳐 온다. 이는 작품 속에서 천사, 삼면화와 같은 종교적 도상이나 요소들의
특성이 차용되어 나타나거나, 성경 구절이 사운드의 일부로 등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2022년에 발표한 작업 〈ઈ스킨케어신화ઉ〉(2022-2023)에서
원정백화점은 ‘신의 것을 훔치는 여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디지털 자아를 위한 신화를 구축하였다. 이 신화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속 가상의 몸으로 자신의
분신을 찾고 가상의 피부로 변신하고자 하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이 작업은 과거의 소설과 지금의 노래들에서 미친 여자로서 스스로를 기록하려는 욕망들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하여, 종교의 언어를 훔쳐와 자아의 패키지를 상품과 같이 구성된 서비스로 조각한다.

그 결과물로서 첫 번째는 소셜미디어에 E-girl의 모습으로 찍은
셀피를 업로드하는 것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종교적인 구성을 차용한 오프라인 전시로 확장되었다. 전시에서 작가는 서양 중세 종교화에서 보이는 삼면화의 구조를 차용해 3개의
스크린을 설치하였다. 중앙의 스크린에는 셀피가, 좌우로는
천사와 괴물 형상의 버추얼 이미지가 상영되었다.

그리고 스크린 아래에서는 퍼포머이자 작가가 성경 구절을 낭독하는 소리와 클래식,
현대 전자음의 비트가 교차하는 사운드에 맞춰 춤을 추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이때 스크린
속 인물은 카메라 바깥을 응시하는 데 반해, 그 아래에서 춤추는 인물은 신체 내부로 감각을 집중한다.
이러한 장면은 괴물과 천사 사이에서 춤추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이 신화의 구원이라는 설정으로부터 연출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가 만든 신화 아래에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로서 셀프 로맨틱한 무드를 구현하고, 스크린 안의 몸과 실제 몸의 관계를 위치시킨다.

이렇듯 〈ઈ스킨케어신화ઉ〉에서 자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얄팍한
경계 위에 피부처럼 붙어 있는 상태라면, 〈탈락한
피부와 디지털
체액 편지〉(2022)은 그 존재가 스크린 바깥으로 나와
흘리고 간 듯한 체액과 혈흔을 물질의 상태로 제시한다.
2022년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린 전시 《끝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원정백화점은 이 작업들을 함께 선보이며 피부, 체액, 혈흔, 염증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몸을 생성하는 장면을 구성하였다. 스크린에는
몸이 마치 매끈한 피부처럼 시각적인 요소로 존재한다면, 공간에 현존하는 실제 몸은 촉각적이고 청각적인
상태로 존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와 현실 공간의 신체가 대립항에 놓인 것이 아니라, 뼈와 살처럼 함께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물리적 신체의 한계, 욕망, 접촉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이와 함께 선보인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 〈베드 트레이닝〉은 그 피부와 혈흔으로 구성된 몸과 같은 장소를
구현한다. 두 개의 구멍으로 침대 위 천사의 불온한 판타지를 송출하고 그 피부와 체액들을 이어 아바타의
몸을 구축한다.
그 안에서 세명의 퍼포머는 광고가 나열된 곳과 존재가 탄생하는 곳을 교차하며 서로의 욕망을 전이시키고 접촉한다. 나아가, 이들은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와의
각본으로 아빠의 여자친구와의 버추얼 데이트에 접속하며, 그와의 대화로 구현된 아기-딸-여자를 맡아 울기-웃기-신음하기 위해 원형으로 움직인다.

한편, 이듬해 발표한 〈Pure
Hymn〉(2023)은 〈ઈ스킨케어신화ઉ〉의
찬송가로 신의 자리에 생긴 염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온라인에서 음악 앨범 및 뮤직비디오의 형태로
유통된 〈Pure Hymn〉은 체액의 사운드와 인공지능 사운드로 구성되었다.
이 작업은 성모 마리아의 신체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잉태하지 않고 그 자리에 염증이 생긴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작업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신화적 장소인 자궁은 염증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물리적인 몸으로서 존재한다. 영상은 신성한 장소에 생긴 비천한 물질을 품은 불온한 천사들이 서로 의존하며 비행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리고 2024년 캡션 서울에서 열린 단체전 《THE CHAMBER》에서 〈Pure Hymn〉은 미디어 설치 작업
〈염증을 위한 구유〉(2024)의 병풍 또는 벽지처럼 건물 벽면에 연하게 스크리닝 되었다.
바닥 중심에 위치한 구유에서는 계속해서 인공지능 제너레이팅을 통해 염증으로 변하는 천사의 몸이 등장한다. 천사는 셀프 메이크업을 한 천사의 몸과 염증으로 변하는 괴물의 몸, 그
둘 사이를 교차하면서 변신한다.

한편, 둘러싼 공간과 기둥에는 조각난 천사의 몸으로 만든 금줄이 매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염증을 맞이하러 온 두 몸이 등장하면서 퍼포먼스 작업 〈워워워십(Worworworship)〉(2024)이 진행되었다.
스크리닝 되는 미디어의 몸들은 몽환적인 필터 속 이미지와 함께 존재하는 한편,
〈워워워십(Worworworship)〉의 몸들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면서 괴물적이고 본능적인
신체 에너지와 소리에 집중하며 움직인다.

뮤직비디오의 형식으로 발표된 또 다른 작업 〈AV.E-Maria〉(2024)는 성녀 마리아라는 종교적 인물을 가져와 만든 끊임없이 새로운 몸으로 변화하는 존재 ‘E-Maria’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Maria는 환영을
신체와 연결하고자 하는 충동으로 스스로의 몸에 새로운 것을 붙이거나 삭제하며 변신한다.
또한 E-Maria는 비언어적 소리와 신체 소리를 학습시킨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빌려 소리를 내는 한편, 방 안에 존재하는 낯선 몸은 천사와 같은 소리와 괴물과 같은 소리를
오간다.
E-Maria에게는 집 안을 탈출하려는 욕망과 웹 상에서 변형된 몸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교차한다. 〈AV.E-Maria〉
안에서 강렬한 자기 의심과 자기 믿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E-Maria는 더러운 욕망과 마치 신의
세례를 받듯이 몸을 정화하는 환상이 교차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원정백화점은 다양한 감각적인 매체를 활용해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경계 사이에 놓인 몸과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와 현실 공간의 신체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며, 디지털 자아가 품은 욕망과 판타지를 현실과 육체에 밀착시켜 드러낸다.
"디지털 자아는
자신의 몸에 새로운 것을 붙이거나 삭제하면서 변신할 수 있는 자아인데, 변신하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고 육체와 밀착돼 있다고 느낍니다. 디지털 자아로 만날 수 있는 판타지적 이미지를 신체와
연결하고자 하는 충동과 욕망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원정백화점, 캡션 서울 《THE CHAMBER》 인터뷰 중)

원정백화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삭제된
세계: 델레의 방》(레인보우큐브, 서울, 2024), 《하팃구리 데뷔 쇼케이스》(아노브, 서울, 2020)이
있다.
또한 작가는 《능수능란한 관종》(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4), 《동굴은 무대다》(서리풀갤러리, 서울, 2024), 《THE CHAMBER》(캡션 서울, 서울, 2024), 《끝에서 두 번째 세계》(하이트컬렉션, 서울, 2023), 《올 투모로우즈 파티스》(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원정백화점은 2025년 더프리뷰 서울의 더프리뷰 필름 및 2025 ARKO DAY의 프레젠테이션 작가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