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everance》, 2023.10.27 – 2023.12.16, Bibeau Krueger, New York
2023.10.26
Bibeau Krueger, New York
Installation view of 《Severance》 © Bibeau Krueger
Bibeau
Krueger는 유해나의 개인전 《Severance》를
10월 27일(금) 오후 6시–8시에 오픈한다. 이번 전시에서 유해나는 다양한 유기물과 세제 기반 화학물질을 결합한 조합적 설치를 통해, 부패와 보존을 동시에 수행하는 재료 속에 자신의
상실 경험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 《Severance》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져온 것으로, 유해나의
어머니는 이곳에 입원해 있다가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자본주의의
무한 순환 구조를 떠올릴 때, 자기 보존을 향한 인간의 본능은 접근성과 능력의 조건 아래 극도로 개인화되고
비극화된다. 웰니스 문화는 완벽주의의 정점을 전제하고, 질병은
개인의 실패나 기능 장애로 간주된다. 다시 한번 ‘완벽함’에 도달할 기회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유해나는 인간화된 케어의 위계에 대한 인상을 다루며, 동시대 웰니스
문화와 동양 의학의 역사를 함께 참조한다. 특히 1613년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을 언급하며 예방 의학의 서면적 기원을 탐색한다.
Installation view of 《Severance》 © Bibeau Krueger
《Severance》는 종속과 예속의 서사를 구축하는 동시에, 의학과 비동의적 생의학 실험의 역사를 통해 자기 보안(self-security)의
의미를 탐구한다. 전시장에서 유해나는 블로운 글라스
조각을 제시하는데, 외과 수술 도구로 지지된 유리 표면 안쪽에 액체
세제 속에 잠긴 왁스 조각이 들어 있다. 이 조각들은 바닥 위에 흩어져 있으며, 바닥은 체스보드 패턴으로 칠해져 있어 생존 확률과 접근성의 조건이 얽힌 추상적
전략과 허위적 딜레마가 비완전하게 개입하는 장을 드러낸다.
유해나의
다중 요소 작품 〈The Coverage〉는 세제 초기 광고들을 재현해, 서구 사회가 ‘세균 제거’에
집착하게 된 지점을 드러낸다. 작가는 『동의보감』 이미지, 세제
광고, 웰니스 문화, 외과 수술 도구의 역사, 의학적 이미지 등을 겹쳐놓으며, 동서양 의료가 동원해 온 시각 문화의 역사적 기호들을 병치하고 혼합한다.
혼합
액체가 든 비닐막은 조각들 위를 덮고 있으며, 이는 곡면 반사를 만들어 이미지를 왜곡시킨다. 질병과 기계에 대한 두려움—동시에 현대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은 서구화의 긴 역사 속에서 완벽주의의
뿌리를 강화시킨 요소들이다. 몸과 그 트라우마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을 두려워하면서도
욕망하는 태도는, 역사를 지우고 비동의적 노동과
희생을 기반으로 세계 의료 체계를 장악한 서구 의학에 대한 개인적 항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Severance》는 유해나의 개인사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접근성과 생존을 둘러싼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전–신뢰 구조, 그리고 이를 수익화·전략화하는 더 큰 서사에 응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