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b. 1994)는 오늘날 상실된 감각에 관심을 두고, 시간성이 내재된 대상을 탐구해 왔다. 그는 소외되고 상실되어 가는 자연적 대상의 본질적 가치를 조명하며, 물질과 비물질을 넘나드는 경험을 통한 감각의 회복 가능성을 모색한다.


《숨겨진 것, 씌워진 것, 굴절된 것》 전시 전경(갤러리도스, 2021) ©유상우

2021년 갤러리도스에서 열린 개인전 《숨겨진 것, 씌워진 것, 굴절된 것》에서 유상우는 보고 감각하는 것을 통해 너무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시·지각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조형적 실험을 선보였다.
 
전시는 “진실세계 이면 속 실체에 대한 인식”에 대한 작가의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오해와 마찰, 나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 팬데믹을 겪으며 느꼈던 내면의 공허함과 허무함은, 그로 하여금 개인을 둘러싼 사회의 진실성에 관한 물음으로 확장되었다.


유상우, 〈녹색의 파편〉, 2021, 잎, 오브제,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유상우

그는 자신이 속한 이 사회 이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여러 실체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작업 〈녹색의 파편〉(2021)에서 작가는 대상의 외형을 해체하여 최소한의 요소만 남긴 후 그 심층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막 (膜)’ 연작에서는 대상의 이면 속 실체를 지각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다소 직접적인 방식을 취해 관람자의 능동적 태도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또한 ‘상처 입은 어느 이의 해우소’ 연작에서는 유상우에게 있어서 갈증의 대상인 현대적 시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원시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치유적 장소를 보여준다.


유상우, 〈녹색의 파편〉, 2021, 잎, 오브제,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유상우

이러한 여러 조형적 실험을 통해 시·지각의 인식을 새롭게 열어가는 전시 《숨겨진 것, 씌워진 것, 굴절된 것》에서 유상우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열어 놓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는 전시를 통해 ‘삶의 현실 속 개인은 수면 아래에 가려진 실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보고 감각하는 경험으로써 무감각해진 시·지각을 활성화 시켜 잠재된 감각을 일깨우고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으로 이끌고자 하였다.


《숨겨진 것, 씌워진 것, 굴절된 것》 전시 전경(갤러리도스, 2021) ©유상우

이외에도 잎, 테이프 등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본질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그 본질은 고착된 진실이 아닌, 관객 스스로 그동안 당연시 생각했던 것에서 모순을 발견하여 진정한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유상우, 〈Earth Casting #1-3〉, 2023, 생분해성 폼, 흙, 나무, 바퀴, 경첩, 7 x 64 x 18, 5 x 26 x 27, 19 x 44 x 45 in (each) ©유상우

이후 유상우는 전시장이라는 내부 공간에서 벗어나 야외의 자연 속에서 여러 조형적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때 그는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가 생태적 순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덧없음’을 수용하고 환경적 흔적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했다.


유상우, 〈솟대〉, 2023, 나무, 혼 스피커, 라이브 사운드, 모래주머니, 136 5/8 x 36 1/4 x 38 1/4 in. ©유상우

가령, ‘Earth Casting’(2023) 연작에서는 실제 공원의 땅을 생분해성 폼과 흙, 나무 등을 이용해 캐스팅한 다음, 이를 이동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자연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설치하였다. 한편, 사운드 설치 작품인 〈솟대〉(2023)는 한국의 전통적인 신앙물인 ‘솟대’에 착안하여 제작된 것으로, 나무에 스피커를 부착하여 Kyiv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유상우, 〈Portrait of Loss (candle) #1〉, 2023,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엽록소, 향, 밀랍 등, 3 3/8 x 2 1/8 x 2 1/8 in ©유상우

이와 더불어, 유상우는 공원에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 꽃, 식물 등을 수집해 다양한 감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 ‘Portrait of Loss’(2023-)를 진행하였다.
 
예를 들어, 〈Portrait of Loss (candle) #1〉(2023)에서 작가는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엽록소를 추출해 초를 제작했다. 초가 타들어 갈수록 은은한 향기가 스며 나오는 한편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몸체를 통해 유상우는 버려진 나무의 ‘상실의 초상’을 새로운 감각적 언어로 기록한다.  


유상우, 〈Portrait of Loss (incense)〉, 2023,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 3/4 x 1/2 x 1/2 in ©유상우

한편, 〈Portrait of Loss (incense)〉(2023)에서는 버려진 나무를 인센스의 형태로 변환하여 상실의 감각을 더욱 후각적으로 풀어내기도 하였다. 이때 작가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본래 있었던 장소인 콜로라도의 한 숲 속에서 인센스를 태웠고, 점차 타들어 가며 재가 됨으로써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유상우, 〈Portrait of Loss (dust) #1〉, 2023,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 가변크기 ©유상우

나아가, 유상우는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먼지의 형태로 가공해 지하철 출구와 같은 공공장소나 전시장의 바닥을 덮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전시장 바닥에 불안정한 조각의 형태로 설치된 나무 먼지는 은은한 자연의 향기를 풍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의 채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화하게 되며 시간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유상우, 〈Portrait of Loss(dust)(#23 Street Station, New York)〉, 2023, 단채널 비디오, 19분 28초 ©유상우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출구 바닥에 설치된 먼지는 사람들의 발과 접촉함에 따라 점차 이동하고, 흩어지게 된다. 이는 곧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확산되고, 마치 씨를 뿌리듯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촉매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유상우, 〈Portrait of Loss (When the River Cradles Wishes)〉, 2025, 단채널 비디오, 6분 6초 ©유상우

아울러, 유상우는 광장에 버려진 식물과 꽃을 수집해 종이의 형태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는 빛에 의해 색이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활용해 이 특수한 종이 위에 이미지를 새기거나, 종이배의 형태로 접어 강물 위에 띄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유상우, 〈To Fold, To Wish〉, 2025, 단채널 비디오, 1분 59초 ©유상우

종이배를 띄우는 작업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작가는 이들로 하여금 직접 제작한 나무 종이를 각자의 소원을 담아 접게 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배를 강물에 띄워 보냈다.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종이배는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에 의해 서서히 녹게 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 전시 전경(금호미술관, 2025) ©유상우

이러한 유상우의 ‘Portrait of Loss’ 연작은 2025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전시에서 작가는 시카고 도심과 공공정원에 버려진 식물들을 수집하고 이를 재가공하여 시간의 흔적을 담은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 기간 동안 작품은 외부 환경에 의해 서서히 퇴색하며,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본래의 자연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촉매로 작용하게 된다.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 전시 전경(금호미술관, 2025) ©유상우

이러한 작업에 대해 조주리 비평가는 “상실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 사물과 원재료에서 추출한 것들을 섞고, 새로운 상태로 변화”시킴으로써 “본래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 끊어진 상태를 포착하여, 이를 다시 재생”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의지를 표명한다고 보았다.
 
이렇듯 유상우는 본래의 연결이 끊어진, 즉 버려지고 상실된 파편들을 수집하고 이를 예술을 통해 ‘재연결’함으로써, 다시 본래의 흐름 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물은 빠르고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감각을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는 지속가능한 물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작품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생태적 순환 속에서 예술적 실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나는 현대 주체들의 무뎌진 감각을 다시 깨우고자 하는 의도로 작업을 한다.”   (유상우, 작가 노트) 


유상우 작가 ©Loghaven by Shawn Poynter

유상우는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예술대학교(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조각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으로는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금호미술관, 서울, 2025), 《Ephemeral echoes》(Comfort Station Gallery, 시카고, 미국, 2024), 《From dust to Senses》(SITE Gallery, 시카고, 미국, 2024), 《숨겨진 것, 씌워진 것, 굴절된 것》(갤러리도스, 서울, 2021)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Imprints of Time》(Bridgeport Art Center, 시카고, 미국, 2025), 《GROUND FLOOR》(Hyde Park Art Center, 시카고, 미국, 2024-2025), 《Visions of Nature》(Site:Brooklyn Gallery, 뉴욕, 미국, 2024), 《Space for Empathy》(OH Art Foundation Gallery, 시카고, 미국, 2023), 《제6회 대한민국 호국미술대전》(유엔평화기념관, 부산, 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유상우는 금호미술관의 ‘제22회 금호영아티스트’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Bemis Center for Contemporary Arts, The Watermill Center, Banff Centre for Arts and Creativity, Anderson Ranch Arts Center, Loghaven Artist Residency 등에서 펠로우십 및 레지던시를 수상·지원받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