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b. 1993)은 자연이란 개념을 둘러싼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재조명하고, 이러한 자연의 개념이 생산한 편견과 오해가 우리 현실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이원론적 사고를 해체하기 위해 ‘디자인’을 매개로 삼고, 상호 관계적인 생태계적 관점에서 자연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송승준, 〈M14 풍선껌〉, 2021, 검베이스, 옥수수 시럽, 천연 향료(포도), 가변크기 ©송승준

송승준은 오늘날 인류가 자연을 “문명과 비문명(야생)으로 구분 짓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작업을 이어 왔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이러한 구분이 결국에는 인간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동시에, 이상적인 자연을 ‘인간이 부재한 자연(untouched nature)’으로 인식하는 인지 부조화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작가는 이러한 인지 부조화가 손 닿지 않은 자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망각한 채, 푸르른 초목의 풍경을 맹목적으로 이상화 하는 문제를 낳는다고 보았다.
 
가령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와 체르노빌, 후쿠시마 지역 등 인간에 의한 비극이 일어난 장소들인 오늘날의 ‘무인지대(No-man’s land)’는, 아이러니하게도 긴 시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과거의 자연 상태를 회복한 천혜의 자연으로 이상화 되어 왔다. 


송승준, 〈유기농 샐러드〉, 2020 ©송승준

송승준은 현대의 무인지대 생태계, 즉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손 닿지 않은 자연이 사실은 인간을 위협하는 폭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자연 개념 이면에 숨겨진 모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서 작가는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이를 둘러싼 여러 맥락을 종합적으로 탐구하고, 그로부터 포착한 현실을 예술과 디자인의 언어로 은유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20년에 발표한 작품 〈유기농 샐러드〉는 인간이 지구 생태계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그 결과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송승준, 〈유기농 샐러드〉, 2020 ©송승준

이 작업은 작가가 우연히 웹 서핑을 하며 밀웜이 스티로폼을 자연 분해할 수 있다는 글을 접했던 경험에서 출발한다. 밀웜과 같은 토양 무척추동물은 지구 생태계에서 쓰레기를 분해하고, 유기물을 배출함으로써 질 좋은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밀웜이 스티로폼을 섭취할 경우, 밀웜 자체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그들이 배설한 유기물 안에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스티로폼 생산에 사용된 대량의 발화 지연제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지점에서 밀웜의 생태계 속 역할이 전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송승준, 〈유기농 샐러드〉, 2020 ©송승준

이에 착안하여, 그는 밀웜에게 스티로폼을 섭취시켜 독성 유기물을 추출하고, 토양과 이를 배합하여 그곳에 한 달 동안 채소를 재배해 샐러드를 디자인하였다. 무척추동물의 유기물에 배양된 채소로 만들어졌기에, 이 샐러드는 “유기농” 샐러드임이 분명하지만,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것처럼 “건강한” 음식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꺼림직하다.
 
〈유기농 샐러드〉는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초래한 균열에 대한 송승준의 은유임과 동시에, 오늘날 코로나19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재앙’을 함축한다. 유기농을 유기농이라 부를 수 없는 송승준의 〈유기농 샐러드〉는, 단지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은 근 미래의 생태계를 암시한다.


《Design Academy Eindhoven GS22, Dutch Design Week》 전시 전경(Design Academy Eindhoven, 2022) ©송승준

이후 송승준은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생태계를 주제로 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DMZ 생태계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며, 손 닿지 않은 자연에 대한 잘못된 환상 아래 숨겨진 DMZ의 현실을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인,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2022)은 DMZ의 부정확한 생물다양성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며 시작된 작업이다. DMZ의 생물다양성 데이터를 아카이빙하는 것은 정치적 폭력에 의해 제한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인근 지역인 민간인 통제구역(CCZ)의 생태 조사에서 추정될 뿐이다.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 전시 전경(크래프트온더힐, 2023) ©송승준

작가는 그 내부에 많은 누락종들이 서식할 것이라 예상하였고, DMZ 내의 폭력적 인프라와의 기묘한 공생과 진화를 이야기하는 8종의 상상 속 동식물을 구상하였다.
 
DMZ는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직접 발을 딛을 수 없기 때문에 동시에 허구적인 공간이다. 그렇기에,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의 생명체들은 그의 상상적인 시나리오에 창조된 것들에 지나지 않지만, 누구도 그들이 그곳에 실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 전시 전경(크래프트온더힐, 2023) ©송승준

또한, 작가는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으로 거듭난 DMZ의 서식종이 안정적인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DMZ의 폭력적 객체가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주목했다.
 
미확인 지뢰와 철조망, 감시초소와 같은 폭력적 객체는 ‘인간이 부재한 자연’, 다시 말해 ‘순수한 자연’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작가는 이러한 DMZ 생태계가 “순수한 자연이 폭력에 의해 성취되는 섬뜩한 결과를 잘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보았다.


송승준, 〈DMZ 생태계 디오라마〉, 2022 ©송승준

이러한 사유는 곧 DMZ 생태계를 미니어처 버전으로 표현한 작업 〈DMZ 생태계 디오라마〉(2022)로 이어지게 되었다. 작가는 자르고 용접하고 구부려 만든 날카로운 철조망 구조물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듯 유리를 불어넣었다. 철조망 사이로 유리는 팽창하여 폭력성에 적응하고 뒤엉킨 공간을 창조한다.
 
만약 화병으로부터 철조망을 분리한다면, 유리와 그 안의 생태계는 연쇄적으로 붕괴하게 된다. 이러한 유리와 철조망의 불가분한 관계성은 현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폭력성을 필요로 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DMZ 생태계를 대변한다.


송승준, 〈수상한 자연사 박물관〉, 2022, 《Design Academy Eindhoven GS22, Dutch Design Week》 전시 전경(Design Academy Eindhoven, 2022) ©송승준

나아가, 〈수상한 자연사 박물관〉(2022)에서 송승준은 인간의 접근이 70년 동안 제한되어 온 DMZ 생태계를 통해서 ‘손 닿지 않은 자연’이란 개념의 섬뜩한 기저구조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작업에서 송승준은 DMZ의 폭력적 인프라와 공생하는 생물 다양성 아카이브와 그들의 서식지를 재현한 상상적 형태의 DMZ 생태계 디오라마를 제안했다.
 
그는 인간의 밀접한 관찰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자연사 박물관의 문화적 트로프를 통해 인간의 부재로 형성된 DMZ 생태계를 재해석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모순된 인간의 관점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 전시 전경(탈영역우정국, 2024) ©송승준

이처럼 송승준은 DMZ,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현대의 무인지대가 전쟁 무기와 방사능과 같은 폭력적 객체들이 서식하는 위험 구역이지만, 바로 이로 인해 이상적 자연이 성취될 수 있다는 모순적 이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다.
 
2024년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린 개인전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에서 그는 위협적인 녹색지대에 고립된 인류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시대를 통해, 현대의 무인지대에서 통찰한 자연 개념의 섬뜩함과 모순적 이면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 전시 전경(탈영역우정국, 2024) ©송승준

전시는 해당 시대에서 발견된 7가지의 상상적 사물들을 역사박물관의 형식으로 소개하며, 각각의 사물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시대의 비극적 단면들을 기록한다.
 
녹색의 의미가 위협과 공포로 전복된 ‘초거대 녹색지대’의 세계관은 이상적 자연으로 상징되는 손 닿지 않은 자연에 의한 아포칼립스로 관객을 초대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이원론에 대한 해체와 이상적 자연에 대한 재정의를 호소한다.


《폴리네이터》 전시 전경(금호미술관, 2025) ©송승준

이후 송승준은 2025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폴리네이터》를 통해 ‘초거대 녹색지대’의 세계관을 확장하여 이어 나갔다. 전시는 가상의 인물이 남긴 사변적 에세이 「어느 프록시마인의 에세이」(2025)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프록시마'라는 공중 난민촌을 배경으로 자연에 대한 실재적 상상력이 투영된 시나리오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속 주인공이 느끼는 공중 생활의 어려움과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한 바람(wind)을 탐닉하는 내용을 다룬다.
 
무인지대의 관점에서 하늘 공간을 조망하는 이 시나리오는, 자연의 파괴성을 은폐하는 자연에 대한 낭만적 상상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인간 존재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무심한 흐름에 주목한다.


《폴리네이터》 전시 전경(금호미술관, 2025) ©송승준

이는 무인지대 생태계가 자연의 파괴성을 실감하고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하는 교훈적 공간으로 인식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실재하는 자연 사이의 간극을 조명한다.
 
이렇듯 송승준의 작업은 인간의 관점에 의해 해석된 자연 개념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로 하여금 자연을 인간에게 영속된 객체가 아닌 독립적인 동시에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존재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적 주체로서 바라보도록 한다.

 “결국 자연을 위한 모든 고민은 인간을 위한 고민이며,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해 오히려 인간과 밀접하게 얽힌 자연,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자연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태도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생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무심함과 인간의 존재와 상관없이 계속되는 자연의 영속적인 흐름을 깨닫고, 인간의 인식과 실제 자연 사이의 간극을 이해해야 한다. 손 닿지 않은 자연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는 비인간 생물과의 공존에 있어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초래하며, 결국 지구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뿐이다.”
 
 
 
 
 
(송승준, 작가 노트)  


송승준 작가 ©송승준

송승준은 홍익대학교에서 제품디자인과 목조형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Contextual Design 석사과정을 마쳤다. 개인전으로는 《크롤리즘 스타일(Chrolism-Style》(YK PRESENTS, 서울, 2025), 《폴리네이터》(금호미술관, 서울, 2025), 《초거대 녹색지대》(탈영역우정국, 서울, 2024),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크래프트온더힐, 서울, 2023)이 있다.
 
또한 작가는 《진열장의 사물들》(워터마크 갤러리, 서울, 2024), 《Nature+Meta》(워터마크 갤러리, 서울, 2023), 《Design Academy Eindhoven Graduation Show 2022》(Design Academy Eindhoven,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2022)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송승준은 금호미술관의 ‘제22회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네덜란드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