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etabeta》 © Pockettales

메타베타 - 무한 변주의 실험장

정주원 작가의 작업은 곧 그의 삶 자체이며, 매 순간에 맞닿아 있는 질문과 시선의 흔적을 담아낸다. 그의 예술은 캔버스 위에서 단순한 붓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 《메타베타》는 그러한 탐색과 실험이 축적된 지층이자, 표면과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 경험들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여행 중에 마주한 자연의 모습과 밤 산책 중 만난 풍경. 또한, 치과 치료 과정에서 관찰한 치아의 표면은 그에게 노화와 변화, 그리고 인공적 보완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Installation view of 《Metabeta》 © Pockettales

작가의 작업에서는 또한 인간과 자연의 순환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4대가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경험하며 세대 간의 돌봄과 생명의 이어짐을 주제로, 나이 든 노인의 얼굴과 어린 생명의 얼굴을 교차시켜 보며 삶과 죽음의 순환을 나무의 표면에 비유해 탐구한다. 특히 나무 표면에 대한 작가의 탐구는 중요한 작업 주제 중 하나다. 나무 껍질을 통해 인간의 노화와 인생의 흔적을 빗대어 표현하는 시선은 외형적 형태에서 패턴과 질감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마치 여러 겹의 지푸라기나 자연의 물결 같은 형상으로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표면의 질감과 깊이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연의 단순한 면모로 인간을 그린다. 예를 들면, 회화 안에 숨겨진 표정이 드러나는 눈과 같은 소소한 감각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피어난 표정의 탄생들은 추상과 구상 사이에 놓인 충동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으로 표현된다. 이는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경계를 허무는 예술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현재까지 작품 표면에 남겨진 크랙과 특유의 마른 듯 마르지 않은 듯한 질감에 대한 이야기는 정주원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서사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재료 실험은 2022년 개인전 《불멸의 크랙》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당시 백토와 동양화 재료를 사용한 아교 템페라 기법으로 작업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한 크랙은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 두려운 대상이었다.

크랙은 완벽한 형태의 붕괴이자 미래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불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결함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크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함을 제거하는 대신, 그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Metabeta》 © Pockettales

정주원 작가는 크랙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마치 노화가 신체에 흔적을 남기듯, 크랙 또한 작품의 일부로서 고유한 서사를 담아내는 요소가 되었다. 이는 작가의 작업 세계에 깊은 변화를 불러왔다. 크랙을 통해 발전된 그만의 표면 작업 방식은 영속성과 일시성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이어가고 있다.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는 치아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노화와 변화의 과정에서 신체 일부가 외부 물질로 대체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치아가 손상될 때 금이나 아말감으로 채워지는 것처럼, 그의 작품에서도 재료와 표면의 결합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이처럼 정주원 작가는 재료의 물성과 서사를 조화롭게 엮어, 표면에 남겨진 흔적마저도 작품의 일부로 완성해 나간다.

이번 전시 《메타베타》는 그의 예술적 여정에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한 가지 주제에 머물지 않고, 변화와 유연함을 중심으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마치 ‘메타몽’처럼 고정된 모습 없이 계속 변모하며,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업 방식을 택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