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면 마치 사진 속 인물들이 그 순간 영원히 얼어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박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가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마음의 온도와 작업의 온도를 일부러 엇갈리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순택: 내 활동의 좌표는 세 개의 축 안에서 찍힌다. 첫 번째 축은 현장 활동의 축이다. 내 사진에 담기는 분들과 함께
하는 이 일을 연대활동이라 부를 수도 액티비즘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축은 저널리즘 영역을
오가는 일이다. 내가 자리한 현장들은 대개 시급한 호소, 절규가
있는 곳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 번째 축은 오롯한 개인 작업이다. 긴 호흡과
냉정함이 요구된다. 호소, 감동, 분노, 설득의 방법론에서 거리두기를 하려고 한다. 내겐 이 세 가지 축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앞의 두 축은 세 번째
축을 가능하게 하는 알리바이나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불가근불가원’ 너무 가까이 가지도,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말아야 한다는 금언은 참으로 멋진 말이지만, 나는
그런 원칙에 복종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목격자이며 목격자에게 부여된 진술의 책무, 하지만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진술’의 책무를 받아들인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그 나름대로의 방법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가 사진을 통해 남겨둔 많은 진술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각자가 사진을 보고 느끼는 해석들은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나, 그것들은 또 하나의 ‘ 털’이 되어 현실을 기록하는 또 다른 증언이 될 것이다
1)노순택, "그때, 내가 본 것의 의미", 『황해문화』, Vol. 81, 2013, p. 450.
2)노순택, 위의 글, p. 448.
3)“그러니께, 한 7-8년 됐을꺼여요. 우리가 뭔 줄 아남? 그냥 둥그런 걸 높은데다 세워 놓으니께 물탱크나 되는갑다 생각했제. 낭중에는
사람들이 기름탱크라고도 하고, 뭔 안테나라고도 하더만. 우리가
그런 걸 알아서 뭣한데. 그냥 큰 공이다 생각하믄맴 편한 것 아녀? 멀리서도
이 공만 보면 저그가 우리 동넨갑다 생각하고 반가운 맴이 들기도 하더라니께.” 노순택, 『얄읏한 공』, 신한갤러리,
2006, p. 2.
4)“정부는 이날의 작전을 위해 경찰 115개
중대 1만 2천여 명, 수도군단과 700특공연대 2,800여 명, 용역업체
직원 700여 명을 동원했다. 작은 농촌 마을은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노순택, "대추리, 36.5°C", 『황해문화』, Vol. 52, 2006, pp.
273-274.
5)노순택, "핏빛파란", 광주시립사진전시관, 『핏빛 파란-Bloody Bundan Blues』, 광주광역시 시립미술관, 2018, p. 18.
6)“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군 정보기관이 사전에 포사격 징후를
포착해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 등 20여개 기관에 알렸음에도 현 정부와 군 지휘부가 이를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포격 다음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전에 포격 징후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협, "연평도 포격징후’ 내부보고 묵살…또 드러난 안보 실패", 『한겨레신문』, 2012.12.14
http://www.hani.co.kr/ arti/politics/politics_general/565396.html#csidxcb519cbb
dcdcf5790c350ed663d3130 직접 인용 (2018.10.15. 접근)
7)노순택, "핏빛파란", 앞의
글, p. 19.
8)다나베 아츠미, 노순택, "나는
살아있는 너, 너 또한 죽은 나", 노순택, 『망각기계』, 청어람미디어,
2012, p. 205.
9)다나베 아츠미, 노순택, 위의 글, p. 210.
10)다나베 아츠미, 노순택, 위의 글, p. 218.
11)다나베 아츠미, 노순택, 위의 글, p. 207.
※
이 원고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시각예술 비평가 - 매체 매칭 지원’을 받아 서울문화투데이 2018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서울문화투데이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