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해의 작업은 ‘몸’을 중심으로 기술, 사회적
규칙, 감각의 경계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표적으로는
폴댄스와 페어 스케이팅을 매개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몸의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실험한 바 있다.
작품 〈I want to die because I want to touch aono / I want to hold aono so
badly I could die〉(2021)와 개인전 《????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샤워, 2023)은 이러한 관심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는 롤플레잉 구조 속에서 몸이 수동적·능동적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리고 언어와 이미지가 몸을 실시간으로 해석하면서 발생하는 어긋남의 감각을 탐구했다.
이후 장영해의 관심은
시선과 통제의 문제로 확장된다. 퍼포먼스 〈Black Maria〉(2023)는 포르노그래피의 사회적 규칙과 광학기구의 관계를 재현하며, 카메라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객체화하는지를 되묻는다. 이러한 ‘감시적
시선’은 개인전 《Glove box》(얼터사이드, 2024)에서 의학적 통제로 확장되어, 의료 장비 아래 놓인 신체와 그 이미지의 윤리적 문제로 이어졌다.
네마프 영화제 출품작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 1S34008AP, F010122011964,
.04. 0*8. 5mm〉와 〈Ray〉(2024)에서
작가는 생명과 사망의 경계에 놓인 몸, 마취된 신체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장치의 냉정함을 관객에게 드러낸다.
이러한 탐구는 2024년 개인전 《21feet》(LDK)와
퍼포먼스 〈3〉(2024)로 이어지며, 신체의 물리적 거리감과 사회적 안전의 규칙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미국
경찰에게 통용되는 ‘21피트 규칙’을 매개로 한 이 작업들은
공간, 시간, 감각의 불확실한 경계를 상징하며, 인간의 지각이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뒤틀리는 상태를 묘사한다.
최근 단체전 《두산아트랩
전시 2025》(두산갤러리,
2025)에서 발표한 〈annie, cobalt〉와 〈blur,
blur〉(2025)는 이러한 논의를 기술적·정치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작가는 AI와 미디어 환경 속에서
폭력과 욕망이 어떻게 익숙한 일상으로 스며드는지를 분석하며, 신체의 감각이 점차 마비되는 현대의 조건을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