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to Ground》 전시 전경(리플레이스 한남, 2025) ©곽소진

낙뢰는 흔히 하늘에서 땅으로 일직선으로 내리치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수직적인 이미지는 고대 문명부터 대응이 불가능한 하늘의 경고 혹은 형벌 메시지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밝혀진 낙뢰의 실상은 그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낙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기보다는, 땅, 대기, 하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하들이 서로를 탐색하다, 불규칙하게 퍼지는 미세한 신호들이 순간적으로 응집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번개의 길은 하늘과 땅, 공기와 구름, 전자와 입자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관계적인 사건이다.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된 세계 속 빛의 찰나에서 우리는 무엇을 목격할 수 있을까?

《Cloud to Ground》 전시 전경(리플레이스 한남, 2025) ©곽소진

이번 전시는 사물, 생태, 역사, 미디어의 관계망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탐구해 온 작가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이미지의 구성 재료와 방식을 탐구하던 중 낙뢰의 형성 과정에 도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가에 따르면, 전류는 어디에나 흐르지만 낙뢰는 어디에나 퍼져 있던 전류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얽히며 순간적인 관계의 형상을 이루는 장면이다.

그러나 대기에 그려진 유일무이한 지도는 생성 즉시 소멸한다. 즉, 연결은 매번 고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사라지기 때문에 반복과 재현이 불가능하다. 낙뢰를 먼 거리에서 목격하는 일은 동시에 발생하는 연결과 단절, 응답과 침묵, 얽힘의 생성과 소멸을 뒤따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