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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랜드》, 2023.09.20 – 2023.10.09, 인포숍카페별꼴
2023.09.20
인포숍카페별꼴

《사랑랜드》 전시이미지 © 다이애나랩
전시 《사랑랜드》는 밝은방*에서 창작을
오래 지속해 온 작가 김동현과 한영현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동현의 작품에서 한국의 평행우주로 등장하는 랍국에는 놀이공원이 세 개 있다. 아랍랜드, 어울림랜드, 사랑랜드. 사랑랜드는 2003년에 개장했다.
사랑 노래를 많이 부르는 나훈아가 만들었다. 한국에 임채무의 두리랜드가 있다면 랍국에는
사랑랜드가 있다. 김동현은 랍국의 추천 여행지로 사랑랜드를 꼽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랑하니까요. 사랑해야 하니까요.”
구불구불한 지도 위의 철도와 버스 노선, 새로 생긴 터널과 끊어진 길, 폐터널은 실제 한국의 장소로부터 시작해 상상의 랍국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장소들에는 많은 기억과 이야기와 마음들이 있다.

김동현, 〈퇴근〉, 2017, 종이에 연필과 색연필, 21 x 29.7 cm © 다이애나랩
한영현은 가상의 인물과 현실의 지인에게 편지를 쓴다.
체사레와 시저 왕자님, 때로 주변 선생님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꼭꼭 눌러 정자로 쓰고, 지우고, 수정 테이프를 긋고, 다시 쓰기 위해 고른 말들은 사랑에 대한 고백, 믿음, 반가움, 행복, 흔들리지
않는 기다림, 기쁨을 담고 있다. “사랑을 따릇겠어요.” “희망을 가지세요. 사랑을 좋은 사람 행복이라고 해요” 연습장에 그린 화병 사이로 몽글몽글 분홍색 하트가 피어난다. 거기에는
수신인을 향해 한없이 열려있는 환대의 마음이 있다. 사랑은 두 작가에게 모두 중요한 일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어 말할 때, 종이
위에 그 단어와 연결된 것들을 쓰고 그릴 때, 그것은 작가의 가장 깊고 고유한 무언가를 밖으로 전달하는
일이 된다. 〈사랑랜드〉는 어떤 방향에 대한 전시다. 그것은
두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출발해 바깥에 있는 모두를 향한다. 흔히 작품으로 표현된 작가의 독특한 세계를
외부의 관람객이 찾아와 바라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랑해요, 라는 말이 울림을 가지는 순간 방향이 달라진다. 두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출발한 표현들은 알 수 없는 바깥을 향해 팽창해, 관람객의
가장 깊숙한 내면의 무언가와 즉각적으로 연결된다.
사랑으로부터 온 표현을 수신할 때, 사랑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렇게 된다.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햇살
같은 표현들, 끝이 없는 상상의 지도와 이야기들은 관람객을 향한다. 고정되어
있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바깥을 향하는 마음들이 훅, 우편함으로 날아와 꽂힌다. 그것을 갑작스럽게 수신할 때 우리는 쓸쓸하지
않고, 외롭지 않고,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느끼지 않는다. 함께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어떤 사랑의 순간에 대한 가능성들이 팡팡 불꽃처럼 터진다. 두 작가는 이 전시에서 개인의 내면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표현들이 어떻게 주변을 밝게 비출 수 있는지를
예술적인 실천으로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