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해 뻗은 선》 전시 포스터 © 다이애나랩

이 전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 위에 있다.

환대, 라고 누군가 발음했을 때 그 감각은 우리를 진동시키며 아주 멀리에 있는 어떤 선 위로 데려다 놓았다.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열려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선으로 구분한 이쪽과 저쪽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떨리며 이동하는 선 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하기 직전까지 몰아붙이기도 하면서 무수한 선들을 당기고 뛰어넘고 끊고 다시 긋기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 전시는 그간 우리가 선 위에서 만났던 장면들—사라져가는 수많은 문과 지의류의 무늬와 돼지들과, 겹겹이 쌓인 아이들의 옷과 젖병에 대한 것이다. 우연이 이끄는 힘으로 복잡하게 얽힌 선 위에서, 우리가 지나쳐 왔던 이 장면들을 새롭게 만들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되는 단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전처럼은 다시 살 수 없게 되는 어떤 순간에 대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에 대해. 당신을 향해 뻗어있는 어떤 선 앞에서, 당신이 언제든 그것 위에 올라타거나 그것을 끊어버리거나 새로운 선을 그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감각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향해 계속해서 이끌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의류는 단일한 생물이 아니라 균류와 조류와 효모가 복합체가 되어 생활하는 공생체로 주로 이끼처럼 바위나 나무, 땅의 표면에서 자라난다. 다양한 형태와 색이 있으며 지구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