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THINGS LEFT UNMADE》, 2023.01.27 – 2023.02.12, 챔버1965
2023.01.25
챔버 1965
Installation view ©Chamber 1965
《THINGS LEFT UNMADE》는
이지현과 장시재 두 작가의 작업을 아우르는 제목이다. ‘만들어지지 않은 채 남겨진 것들’은 물질일 수도 있고 비물질일 수도 있다. 또는 어떤 형상으로 시/공간에 남겨진 존재일 수도 있다. 혹은 작가 그 자신일 수도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어쩌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만들어지지 않은
채 남겨진 것들’을 전시 공간 안으로 어떻게든 소환해보려는 작가의 실천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기 경험이나, 그로 인해 남은 마음을 안은 채 작업을 만들었다. 작업은 여기서 완성이 아닐 수도 있다. 작품이 공간에서 끊임없이
운동하며 머무르고 있거나 떠나가면서도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작품으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은 채 남겨진,
여전히 재현되지 않는 무엇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남겨진 것들’일 수 있다. 챔버1965라는
오래된 집을 개조한 전시 공간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각자의 운동을 통해 이내 흩어지는 무수한 반복이 모종의 긴장을 발생시킬 때,
혹시라도 그러한 것이 이 공간에서 느껴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Installation view ©Chamber 1965
장시재는 철제 슬레이트와 같은 산업재료나 비닐 테이프 등, 을지로 등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 소모품을 주재료로 조형물을 만든다.
주어진 공간에서 자신이 가진 재료를 활용하여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다. 빨간
테이프 감기, 슬레이트 두드리기 등의 반복적 동작으로 형상을 만든다.
장시재는 테이프를 뜯다 보면 비명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나다가 이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매번 반복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그의 조형 행위가 일상에 깔린 전율과 긴장을 감각하게 한다.
이지현은 삶의 환경과의 영향 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공간이 된 평면에 머무르며 이미지를 생산한다. 그가 이미지를 떼어다 생성한 이미지는 시차(時差)를 담고 있다. 그가
그린 시차는 시간의 흐름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변화와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지현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작위로 선택한 기성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부분&을
복제해 중첩시킨다. 자신이 앱으로 생성해 낸 비정형적인 이미지를 토대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캔버스
공간을 얕게 쌓아 올리는데, 물감이 쌓아 올라가는 방향과 이미지가 (마치
애니메이션 필름이 지나가듯) 변형되거나, 뭉개지거나, 미끄러지는 방향 사이에 끝없이 격차가 발생한다. 붓은 수직으로 물감으로
쌓아 올리지만, 이미지는 대체로 사선으로, 종종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