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Art Space Hyeong

전시 서문

순수 혈통에 대한 욕망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종을 논하는 것에 있어 역사적으로 그 우월감을 자랑해 왔다. 그에 반해 혼종이라 하면 그건 마치 불순한 무엇이 섞여 있는 듯 여겨져 왔으며, 그렇기에 바르지 않거나 잘못된 것으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사실 문화적 차원에서는 일찍부터 합종 연횡적인 융합 현상의 발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특히나 상호 이질한 것들을 아우르며 새로운 생성의 추동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 유용으로서 혼종성은 추앙받았지만, 이것이 민족 범주와 같은 혈통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다뤄질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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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뜻이 자명해진 현재까지도 일부 특정한 척도를 적용하길 선호하는 집단에서 혼종의 위상은 위기롭다. 단일함 외 복수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시대에서 혼종의 가치는 과연 존립할 수 있는가. 보통 열등의 지위를 부여 당했던 혼종의 성질을 지닌 것이 차별과 멸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체 어떤 방향성을 따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일까. 일정한 사물이나 사람이 특별히 갖춘 특유의 속성을 드러내어 주는 것만으로도 혼종은 제 본질을 주장할 수 있을 테다. 그것을 다른 것과 구별토록 하면서도 일련의 유형을 규명하는 실체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

물리적으로나 형이상학적으로도 측정과 모방의 맥락에서 탈주해 존재의 장엄함을 표상하는 재현 불가능함으로 혼종을 간주하여야 한다. 은폐된 열성의 형질을 배제키 위한 자연의 섭리를 좇는 확장의 특성을 창조하는 유일무이한 과정이자 결과로 혼종은 이해되어야 한다. 고결한 무채의 의미를 상징하는 백색을 가산 혼합의 방식을 통해 추출하고, 바로 그와 같은 혼성의 시공을 마주하게 한다. 그로써 도달하는 혼종의 숭고함,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분류에서의 현현일 지도 혹은 다수가 점유하는 공공의 층위를 가로지르는 감각이 될 수도 있을 거다. 결코 맞닿지 못할 것만 같았던 혼종과 숭고의 개념은 그렇게 비로소 합치를 이룬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