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rrender》 전시 전경(Various Small Fire, 2023) ©듀킴

Various Small Fires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듀킴(Dew Kim)의 개인전 《I Surrender》를 서울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부 새롭게 제작된 7점의 신작을 선보이며, 조각적 언어를 통해 성(sexuality), 퀴어니스(queerness), BDSM(본디지·징벌·사디즘·마조히즘), 종교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전시는 기독교적 성장 배경과 퀴어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실천과 기독교 도상(iconography) 및 BDSM 간의 개념적 유사성을 끌어낸다.

《I Surrender》에서 듀킴은 철(iron), 제스모나이트(jesmonite)와 같은 재료와 유연한 실리콘을 함께 사용한다. 이러한 재료의 물리성은 종교와 퀴어니스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조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읽힌다. 전시 전반에 걸쳐, 스테인드글라스, 목재 프레임, 철창, 창살과 같은 고딕 건축 요소들이 신체 일부를 연상시키는 살결 같은 실리콘과 결합된다.

듀킴, 〈In the Garden〉, 2023, 혼합매체 (실리콘 캐스팅, 금속, 비즈), 60x40x20cm, 《I Surrender》 전시 전경(Various Small Fire, 2023) ©듀킴

In the Garden에서는 두 손이 맞잡은 형태가 서서히 서로 얽힌 두 마리 뱀의 몸으로 변모한다. 이는 동시에 기도와 피스팅(fisting)을 형상화한다. 구약성서에서 원죄의 상징이었던 뱀은 고대에는 환생과 불멸과 같은 창조적 힘을 상징하기도 했다. 얽히고 비틀린 형상은, 금기의 사탄적 존재로 여겨지면서도 서로 대립하는 것들의 연결 가능성을 보여주는 뱀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In the Garden〉은 저주받은 뱀과 기도하는 손의 성스러움이라는 상반된 에너지가 공존함을 드러낸다.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O Come to the Altar는 매끈한 흰색 라텍스가 덮인 제단 형태의 작품으로, 울퉁불퉁한 구조물 위에 놓여 있다. 공간 안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면, 라텍스 덮개 아래의 공기가 빨려 나가면서 그 아래 형상의 윤곽이 점차 드러난다. 그 형상은 엉덩이를 맞댄 채 무한대(∞) 기호 형태로 얽혀 있는 두 인물이다.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은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경향인 사디즘(sadism)과, 육체적 고통을 받으며 권력에 복종하려는 경향인 마조히즘(masochism)이 결합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듀킴의 설치 작품들은, 마조히스트가 겉으로는 신체적 권력을 포기하고 복종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권력이 없는 상태에서 ‘조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