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ophie Etulips Xylang Co.,》, 2022.12.27 – 2022.02.28, 온라인 (s-e-x-co.com)
2011.12.25
유지원

Exhibition
poster © Boma Pak
박보마
개인전 《Sophie Etulips Xylang Co.,》는 2013년
이래로 작가가 펼쳐온 복수의 아이덴티티를 Sophie Etulips Xylang Co.,라는 가상의
회사로 집약하여 이분법적 사고와 자본주의가 우선시하는 가치에 의해 배제된 가변적인 물질, 비선형적인
서사, 여성적인 언어와 미감을 펼친다.
박보마는 그간 fldjf studio, WTM deco & boma, dancer qhak 등 아이덴티티를 경유하여
배후의 어떤 회사를 암시하며 거대 자본의 집약체인 고층 빌딩을 한시적으로 점유하거나 조각, 오브제, 향, 사운드, 장식품
등을 제작했다. 규정하는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존재에 몸체를 부여하고 감각의 진동을 증폭해온 사건들의
흔적 사이로 Sophie Etulips Xylang Co.,가 출범한다.

Website
screenshot © Boma Pak
Sophie Etulips Xylang Co.,는 공식 웹사이트를
선보인다. 일정한 순서를 따라 점진적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웹 프레젠테이션은 사진, 디지털 이미지, 사운드 등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아이러니한 설립
신화와 연혁, 빛을 다루는 기술, 파편화된 신체와 그림자로
출몰하는 회사의 주인과 임원진 등 총 11개의 메뉴에 걸쳐 반전된 세계의 논리를 펼친다. 이 회사는 물질 위에 군림하고 통제하기보다 그 흐름으로부터 배우고, 건물
곳곳을 직접 만지는 말단 직원이 오히려 회사의 주인으로 등극하며, 물질 파편들의 조합이 곧 임원진의
실체를 구성한다.
견고한 콘크리트 바닥과 기둥 대신 투명하고 조각난 이미지로 가설된 이 회사는 수익구조와
실물 건물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재하지만, 과잉된 감각의 스펙트럼은 그것이 분명 존재한다고 증언한다. 이로써 감각을 불신하는 이성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것과 '가짜'라고
폄훼하는 것, 시장 경제에서 교환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위계에 균열을 내어 지배적인
가치에 의해 배제된 물질과 비로소 마주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