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지, Be BeYour Love, 2022, 캔버스에 유채, 200 x 230 cm © 정이지

디스위켄드룸은 2022년 4월 2일부터 24일까지 정이지, 조효리 2인전 ≪The Seasons≫를 개최한다. 정이지와 조효리는 총체적 형상이 흐릿한 대상을 모양을 가진 도상으로 치환해왔다. 정이지가 시간의 단위와 방향성을 분절된 이미지들의 연쇄로 번안하여 대화의 얼개를 찬찬히 엮어간다면, 조효리는 현실에서 마주쳤을 장면이나 사건을 회화의 가상적 차원으로 옮겨내어 비현실적인 공간을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정이지의 시선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슬며시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 혹은 짧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어딘가 영원한 흔적을 남기는 일들에 머무른다. 하늘의 푸른빛이 물러간 자리에 붉고 노란 얼룩이 천천히 뒤덮이는 저녁, 만개한 화병 속 꽃이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말라가는 때, 몸과 사물에 가해진 힘이 오랫동안 남기는 흉터와 자국, 혹은 내 앞의 누군가 눈을 깜박이는 찰나 등 주변에서 흔히 지나치는 장면들은 그의 회화 안에서 마치 영원한 것처럼 멈추어 선다. 작가가 엮어내는 시각적 자극들은 의식 저 어딘가 가라앉아 있던 세포의 신경을 불현듯 두드리며 작가의 화면과 매듭을 지어간다. 

조효리, 〈서곡〉, 2022, 캔버스에 아크릴, 종이, 각 225x162cm ©조효리

한편, 기호를 왜곡하거나 투과시키는 반사체나 구조물은 조효리의 작업이 현재와 미지의 영역 사이를 잇는 포털이 되도록 돕는다. 또한 그의 작업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워터마크, 레이어 등의 중첩된 장막의 개념은 더 이상 회화적 프레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장의 구조 속으로 녹아들어 전시장의 유리창과 지하 통로를 점유하는 실체적 존재가 된다. 평면으로부터 입체적 차원으로 증폭된 생경한 회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상이한 질감을 가진 두 작가의 작품은 감수성의 지류를 공유하며, 어쩌면 아직 마주치지 않았거나 이미 지나쳐버린 존재들을 그려낸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계절’의 키워드는 두 작가가 다루어 온 무형의 개념인 우정, 상실, 만남, 관계, 치유 등을 상징하는 대용물이자 관객을 주관적 서사로 이끄는 입구가 된다. 오늘의 세대가 시공을 통과하며 수집하는 감각의 지표들은 두 작가의 세계를 그리기 위한 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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