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 〈쿨다운 중 1〉,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60x160cm, 《FACTORS》 전시 전경(WWNN, 2025) ©조재

WWNN이 열아홉 번째 전시로 조재 작가의 개인전 《FACTORS》를 개최한다.


'요소들'의 의미


작금의 현상이란 곧 기술의 발전 양상으로 인한 다변화된 매체의 상황으로, 이는 곧 오늘날의 사유와 태도를 형성하는 데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그처럼 확장하고 증식하는 환경의 '요소들'은 그 자체로 어떤 변화의 결과로 존립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특정한 시대와 그 구성의 규범을 표상하는 필요충분의 조건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바로 세운다. 때문에 해당의 '요소들'은 구체적인 산물로서의 피동적 지위를 점유하는 한편, 또한 형식의 차원에서 제 상위 범주의 중추를 이룬다는 점에서 주체적인 능동적 지위를 점유키도 한다.
 
이로부터 동시대의 '요소들'은 이성 혹은 형이상학 또는 철학이나 감성 혹은 정서 또는 감각의 영역에서 제 유효성의 근거를 객관적 그리고 주관적으로 마련한다. 이미 기술의 벡터가 주체의 속성을 가속화하고 있는 과정이 지속되면서, 객체의 존재는 계속해서 희미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객체 없이는 주체도 존재할 수 없다고 하는 이 견고한 상호의 연관성,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의 적용 가운데서 인간은 이와 같이 극단에 있거나 상충하는 개념 사이의 적절한 관계 정립을 통해 체제의 안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로 스스로를 몰아갔다. 결국 모든 것이 혼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세계에서 우리는 한 번 더 실존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순간을 맞았다.
 
조재는 이처럼 급변하는 오늘의 시공을 포착함에 있어 지극히 실현적이면서도, 때로는 그것을 초월하는, 또 다른 시공을 새로이 감각해 낸다. 이는 기술 발전에 기반해 사회라는 총체를 형성하는 오늘날의 '요소들'을 향하는 것이기도 하며, 그와 같은 '요소들'을 탄생시킨 구성원들의 사유를 조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그는 개인과 집단의 양가적 측면에서 예술의 매체를 자명한 실재와 초월적 가상을 관통하고 또 아우르는, 이 당대적 '현실' 개념의 상연을 위한 미적 도구로써 적극 활용한다.
 
작가의 개인전 《FACTORS》(WWNN, 2025)는 그렇게 기존의 의미 맥락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이 공동체의 질서, 그 실체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를 위한 그의 시도는 역시나 시각 예술의 차원에서 이미지들의 평면적 구성을 통해 나타나는데, 기존에는 그리기의 신체적 행위와 디지털 시대 기계와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겹쳐내는 과정에서 도달한 무작위적 도상이 곧 작품으로 귀결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람 주체들을 마찬가지로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특정한 시대 그리고 사회의 일원임을 부각하면서 개인과 집단이 공유하는 사유의 방식 자체를 일종의 '이미지적 형식(Imagery Form)'으로 상정하고, 그 다양한 구체의 양상을 특유의 조형 언어로 승화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컴퓨터 기기를 활용해 디지털의 방식으로 그려진 반구상적 인쇄 이미지와 실제 작가의 손으로 그려 묘사하는 아날로그적 물리 표현, 그리고 이 두 대립의 도상들을 하나로 이합하고 집산하는 장치로서 (반)투명의 색채로 이상의 이미지들을 투과하면서도, 두껍게 올려진 형태로 인해 또한 그 물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최상의 표면 층위를 쌓는 것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운용의 체계를 상징적으로 구축한다. 이를 위해 작가가 차용하는 "쿨타임 중(On Cooldown)"이라는 말의 뜻은, 이렇듯 어쩌면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으로 일으켜지는 어떤 변화의 흐름, 그 구조의 작동 가운데서 최소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불가피한 유예(Delay)의 대기 시간을 상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응과 발전의 상을 두고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의 사유로서 이를 해제할 것인지, 조재의 이미지는 바로 그 본질의 속성을 우리에게 묻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