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Space Imsi

언메이크 랩은 초연결시대와 디지털네이티브가 등장하는 기술권(Techno Sphere)이란 새로운 생태계에서 인간과 기술, 자연과 사회 사이의 관계와 구조를 천천히 세심하게 연구하고 작업 과정에서 공동 탐구의 의미를 지향한다. 4차 산업과 5G 상용화라는 경제적 프로파간다가 등장하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직관적 사용이 신체와 감정에 깊이 관계하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구성되는 일상의 스펙타클 속에서 작가는 주체적 재전유를 위한 재구성과 재배치를 고민한다. 낯선 최신 정보 기술과 기계적 장치의 설명이나 형식보다 전용에 관심을 두고, 대안 경제의 작은 지식의 연대와 실천으로 DIY 제작이라는 기능성과 거리를 두며 기술적인 순환과 메카니즘에 개입하는 메타적 주제와 방식에 집중해왔다.

언메이크랩, 〈연산3〉, 2018, 이미지 매칭 알고리즘에 의한 연속 이미지, 실크스크린, 강풍기로 팽창된 티셔츠 ©언메이크랩

제조 중심 공단에서 정보기술 클러스터로 변모한 구로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자료들을 연산 장치로 조합한 〈알고리즘적 노동자 : 연산 1, 2018〉의 텍스트들은 여전히 반복되는 노동의 소외를 드러낸다. 파업 참여 여공과 공연하는 가수, 여공의 스테인리스 식판과 최신형 스마트폰이 이미지 검색 과정에서 형식적 유사성으로 매칭되는 〈이중 도시의 루머, 2017〉의 우연한 아이러니는 무거운 근대가 우리 시공간 감각에서 미끄러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미지들을 티셔츠에 인쇄하고 명령어 ‘팽창’으로 실제 티셔츠가 부풀어 오르게 하는 〈알고리즘적 노동자 : 연산 2, 2018〉는 신자유주의로 내밀화된 자본의 재생산과 축적을 위해 작동하는 도시의 원리를 은유한다.

‘자기 정량화 운동’ 연작에선 자기 기록의 과정에서 수량화된 자아의 전유를 이야기한다. 〈데이터 추출을 위한 표정 연구, 2017〉에선 표정을 인간 감정을 전달하는 인터페이스로 보고 감정 인식을 위해 배우가 시선, 목소리, 제스쳐, 분위기 등을 제외하고 희비극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연기한다. 〈페이셜 코딩, 2017〉은 8개의 감정( 분노, 경멸, 미움, 공포, 행복, 중립, 슬픔, 놀람) 수치를 가진 얼굴을 4영역으로 나누고 무작위로 꼴라주한 새로운 얼굴 표정이 감정 인식 기술로부터 새로운 감정 수치를 받은 것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 동일 인물이지만, 인간의 맥락적인 감정과 기계의 계량화된 감정은 실제 자아와 변종 자아 사이에서 탈구한다. 작가는 데이터 창작 시대에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기록하고 정량화하면서 컴퓨터 연산에 의해 재구성되는 변종 자아, 정보화된 신체를 마주하며 인간과 기계의 상호관계적 입장에서 성찰적 기술 감각을 질문한다.

언메이크랩, 〈전체적 데이터 카탈로그 4 관광객: 결과값 없음〉, 2018 ©언메이크랩

‘전체적 데이터 카탈로그: 행복을 찾아서’ 연작에선 정량화된 감정이 사회적 자연과 기술로 만들어진 장소성과 관계한다. 작가는 표정을 수집하는 〈자가 감정 추수기, 2018〉 헬멧을 쓰고 쇼핑몰, 인공조경, 전원도시, 관광지, 수변공원, 국제도시 등을 어슬렁거리는 〈산책자, 2018〉가 된다. 시차를 두고 수집된 얼굴들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같이 움직이고 만보객의 배경들은 자본의 논리로 세팅되어 균질하고 평평하다. 인간의 파사드(얼굴 표정)와 도시의 파사드(비장소)가 묘하게 뒤섞인 스펙타클에서 표류하며 얻은 심리지리적인 감정 데이터들은 〈행복의 기원, 2018〉에서 행복을 염원하는 기표가 된다. 매끈하고 가볍게 달그락거리는 가상의 화폐들을 돌탑처럼 쌓다가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를 반복한다. 3D 스캔한 모델을 산책의 장소에 합성한 사진을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석 프로그램에 넣으면 관광객으로 태그되며 행복의 값을 〈결과값 없음, 2018〉으로 받는다. 마치 인간이 삶의 충분한 만족과 기쁨으로써 추구하는 행복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vanitas)같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업들에서 산업화 시대에 생산자로서의 예술가, 탈근대 시대에 민속지학자로서 예술가에서 타자성과 장소성의 은유와 전용을 성찰적으로 재구성할 다종 민속지학자(Multispecies Ethnographer)로서 예술가의 의미를 발견한다. 다종 문화인류학(Multispecies Anthropology)은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이원론적 접근에서 관계적 관점을 갖으며 인간의 삶, 풍경, 기술들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려는 전환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과학기술과 기계같은 비인간 요소가 인간처럼 행위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대칭적으로 다루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테크노사이언스의 속성을 연구한다.

실제와 가상, 공간과 장소, 신체와 감정을 알고리즘에 의해 데이터들로 환원하고 그 자료들 사이의 관계를 번역하면서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의 복합체로서 사회를 잡종적으로 알레고리적으로 기술하는 매개자가 된다. 또한 작업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세계서 다른 인식과 행위를 위한 새로운 정치성의 지시문이 된다. 그 다음은 우리의 몫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