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on tiptoes》 전시 전경 (주영한국문화원, 2018) ©현정윤

주영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re UK, 이하 KCCUK)이 현정윤(Jungyoon Hyen)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Walking on Tipto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KCCUK와 SPACE 스튜디오가 공동 제정한 ‘KCCUK & SPACE Studio 어워드’의 첫 수상자인 작가의 결과 보고 전시로, 2018년 수상 이후 마련된 자리다.

현정윤은 2017년, 심사위원 조너선 왓킨스(아이콘 갤러리 디렉터)와 카렌 데이비스(SPACE 아티스트 개발 부장)의 공동 선정으로 수상자로 낙점됐다. 이 어워드는 런던에 위치한 SPACE 스튜디오에서 12개월간의 레지던시와 함께, KCCUK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 내 한국 신진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Emerging Artists Support Programme’의 일환으로, KCCUK와 SPACE가 주요 파트너로서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정윤은 도시와 신체, 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에 주목하며, 자본주의 도시의 보이지 않는 권력이 일상에 어떻게 작동하고 해체를 야기하는지 탐구해 왔다. 도시를 유랑하며 마주친 장면들에서 착안해, 그녀는 기능을 잃은 자전거 체인, 뒤틀린 가로등과 같은 오브제를 수집하고, 이들을 새로운 조각적 장치로 변형시킨다. 통제와 저항의 기호를 재맥락화한 작업들은 사회 구조의 틈을 관찰하고 질문하는 시도로 읽힌다.

《Walking on Tiptoes》는 작가가 최근 3년간 진행한 연구와 SPACE 스튜디오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도시 일상 속 오브제를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만든 ‘비기능적’ 조각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익숙한 사물의 형태와 상징을 전복적으로 재구성하며, 도시 공간에 내재된 권력 구조에 저항하는 조용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관객은 이 정지된 조각들을 통해 움직임과 서사를 상상하고, 그 안에서 개인과 도시의 관계를 재사유하게 된다.

형태적으로는 만화적인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조각들은 감정의 이중성을 담고 있다. 불안과 희망, 귀여움과 애처로움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해하게 보이는 색채와 형상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도시 사회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조용하지만 명확한 목소리를 가진 이 조각들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나’의 위치를 되묻게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