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Park Noh-wan

공간 가변크기에서 박노완 작가 개인전 《싱거운 제스처들》이 11월 28일까지 개최된다.

박노완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둔탁한 풍경들을 본다. 그는 어떤 것의 모양이 아름답거나 조화로운 상태일 때 보다 그 반대일 때, 즉 사물이 너무 조악하게 만들어져 있거나 탈진한 듯 널브러져 있을 때,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보일 때 사진을 찍어둔다. 그는 이것들이 보기 싫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이 가는, 피하고 싶지만 슬며시 맡게 되는 구릿한 발냄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주로 싸구려 캐릭터 이미지나 과장된 광고 문구, 길에 내버려진 물건 등이 선택적으로 기록되는데, 《싱거운 제스처들》에서 선보이는 작업들 역시 식당 앞에 뜬금없이 서있는 호객용 마네킹의 얼굴, 눈이 몰려 흡사 카레맨처럼 보이는 미키 마우스, PC방 모니터 메뉴판에서 발견한 삶은 계란 사진 따위를 그린 것이다. 이것들을 기록하게끔 추동하는 힘은 대상에 대한 기피감과 혐오감 사이에서 기묘하게도 작가를 실소하게끔 하는 지점 어딘가에 있다.

채집해 둔 장면은 캔버스 위에서 선명하게 그려지기보다 흐리고 탁하게 드러나며, 세부적인 요소들이 제거되어 있다. 작가는 특별한 구도랄 것이 없이 하나의 사물이나 상황을 프레임 안에 가득 차게 구겨 넣고는 붓으로 그려진 이미지를 계속해서 문지르거나 고무액으로 마른 물감을 녹여낸다. 따라서 그리는 것의 명암은 모호하고, 배경과 주제의 구분 역시 의미가 없어져 형상 자체가 텅 빈 공간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 방식은 본인의 회화에 조화로운 구성, 균형 잡힌 형태, 생동감 있는 색채 등의 미사여구가 달라붙는 것을 다소 불편해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최대한 덜 작위적인 언어로 무던하게 화면을 완성하려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세운 조건에 따라 의식적으로 화면을 운용해 나간다. 즉 어느 정도 그려놓은 대상 위에 흰색을 섞어가며 채도를 낮추거나 얼룩을 내어 형태의 선명함을 덜어낸다는 임시적인 룰을 설정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상태의 이미지를 획득하고자 한다. 동시에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회화가 견고한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데, 붓에 긁힌 흔적들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그가 캔버스와 마주했을 짧지 않은 시간을 증명하는 수많은 붓 자국들이 텁텁한 공백을 가득 메우고 있고, 이것들이 표면에 제법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다. 그리고자 하면서도 지우고자 하는 양가적인 욕구가 화면 안에서 한데 엉겨있는 상태가 작품의 외적인 완성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