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Sansumunhwa

산수문화에서 최수련 작가 개인전 《무중필사 霧中筆寫》가 개최된다. '무중필사 霧中筆寫'는 흐릿한 안개 속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전통문화가 현재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관심을 갖는 작가에게 ‘무중(霧中)’은 오래된 가치와 현실 사이에 놓인 간극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는 심오해 보이는 깊은 경지와 ‘좋은 세계’에 대한 알 수 없음과 의심, 그리고 그 세계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데서 오는 비애감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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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련은 건전한 배움을 지향하는 한자 필사(筆寫) 전통을 음지의 언어로 바꿔 쓰고 그린다. 한자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세대의 언어적 한계를 오히려 풍요로운 세계를 향한 재료로 사용한다. 권선징악의 세계관을 강조하는 고전 서사와는 대치되는 비극적인 정조의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타난 귀신들의 언어를 모아 다시 쓴다.

대중문화 속 관습적인 전통 이미지, 필사의 형식, 고전 서사 등을 다루는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 전통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적 기호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면서, 현실의 부조리함과 무상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