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Fun and Games》, 2024.02.24 – 2024.04.06, 페로탕 뉴욕
2024.02.22
제니퍼 히기
Installation view ©Perrotin
페로탕
뉴욕이 박가희의 신작 회화로 구성된 개인전 《Fun and Games》을 개최한다. 4월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에서 사랑받아온 정물화의
대상들이 변질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하이퍼스타일화된 낭만적 장면을 담은 아홉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박가희의
환상적이고 감각적이며 때로는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회화 속에서 시간과 장소는 불분명하다. 그녀가
창조한 세계는 먼 과거의 한 장면일 수도, 현재의 반영일 수도, 무의식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 그녀의 거대한 인물들과 시원한 색조—복숭아빛
살결, 레몬빛 노랑, 맑은 바다색 파랑, 반짝이는 회색—는 지중해 섬과 고전 문명을 떠오르게 하지만, 동시에 초현실주의적 감각이 가미된 팝아트적 접근을 보여준다.
몽환적이고
매끈한 피부를 가진 벌거벗은 여성들은 창이 있는 방에 자리하고 있으며, 창문은 또 다른 회화 속 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장된 정물들은 비현실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요동친다.
인간과 동물은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거대한 고양이, 근육질의
개미, 손바닥만 한 거미 같은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간혹
그녀의 고독은 젊고 탄탄한 몸매에 콧수염을 기른 벌거벗은 남성의 등장으로 깨진다. 그들의 팔다리는 얽히고설켜
때때로 한 몸이 되어버린다.
박가희의
인물들은 분열된 신체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Under
Cover(2023)에서 한 여성이 레몬, 두 마리의 생선, 칼이 놓인 식탁에 앉아 있다. 그녀의 젖꼭지는 칼 손잡이에 거의
닿을 듯하다. 얼굴의 한쪽 면에서는 두 개의 눈이 바깥을 응시한다. 박가희의
여성들은 종종 여러 개의 눈을 가지는데, Betrayal (Sweet
Blood)(2020), Tipsy Lovers(2021), Domaine
de Fatigue(2022)와 같은 작품에서는 술잔에 붙어 있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인공은 발톱 같은 손가락 몇 개로, 빨간색 손톱을 드러내며 식탁보를
살짝 들춰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는 뒤틀려 있다. 17세기
매너리즘 회화처럼 하반신과 상반신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Feast
Night(2018), Shrimps and Cocktails(2019),
Cat with a View(2022) 같은 작품에서 여성 주인공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양이 형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존재들은 인간에서 동물로의 인식 전환을 암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GaHee
Park, Fun and Games, 2023. Oil on canvas 68 x 72 inches. ©Perrotin
Fun
and Games(2023)에서는 잠든 여성의 작은 가슴이 지평선 위의 작은 산처럼 솟아
있다. 그녀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하나는
커다란 황토색-붉은 생선 위에 얹혀 있다. 화면 중심에서는
두 개의 손이 똑같이 긴 손가락을 맞잡고 있으며, 왼쪽에는 또 다른 빨간 손톱이 보인다. 여성의 수호자처럼 보이는 커다란 얼룩무늬 고양이 같은 존재는 앞쪽에서 조용히 두 마리의 거미를 응시한다.
한
마리는 온전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다리가 뜯겨 몸 주변에 흩어져 있다. 오른쪽의 커튼은 무언가를 숨기듯 드리워져 있으며, 동시에 르네상스
회화에서 익숙한 정교한 천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박가희는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토를 주요한 영향으로 꼽으며, 필립 거스턴, 게르트루드
아버크롬비, 막스 에른스트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들, 그리고
최근에는 니콜 아이젠만의 작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회화적 인물 표현을 통해 인위성과
불안정성, 혹은 낯선 감각을 교차시키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작가들이다.
박가희는
엄격한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그녀에게 회화는 오랫동안 죄책감,
여성의 욕망, 금기에 대한 일종의 '퇴마' 과정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감춰야 했으며, 매일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춰야 할지 결정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러한
비밀스러움은 자기 보호의 필수 요소가 되었고, 가족과의 소외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그녀에게 드로잉이
필요했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그리는 여성들이 결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들의 몸은 강인하며, 표정은 해독할 수 없고, 그들의 생각은 철저히 자신만의 것이다.
GaHee
Park, World of Tails, 2023. Oil on canvas. 67 x 90 inches ©Perrotin
World
of Tails(2023)에서 회색 화병에 담긴 보라색,
노란색, 자주색 꽃다발이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빵 한 덩이, 무표정한 검은 고양이, 레몬, 그리고 다리를 높이 올리고 춤추는 쇼걸들의 발을 연상시키는 새우 꼬리들이 배열되어 있다. 왼쪽에서는 얼굴 없는 맨몸의 남성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며 커튼을 밀어젖힌다.
오른쪽에서는 여성이 등장하지만, 그녀의 다리만이 화면에 보인다. 그녀의 발이 살짝 식탁을 스치듯 닿아 있으며, 마치 바닥을 시험해보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장면에서 원근법은 흐트러지고, 불안정성과 유예된 상태가 지배적인 요소가 된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배경은 평면적인 추상적 푸른 색조와
단단한 곡선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여정은, 마치
테이블 위 꽃다발처럼, 영원히 정지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
만남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회화이기
때문이다. 박가희는 분명하게 말한다. 현실을 어떻게 정의할지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