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의 국내 최초 개인전 《시간의 기술》은 지난 1-2년간 작가가 발전시켜 온 관심사는 물론 기존의 퍼포먼스적 특성에 기반한 영상, 사운드, 사진 작업을 신규 제작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특히 사물, 공간, 시간의 실체와 실존, 사회 시스템의 구조를 인식해 가는 남화연 작업의 특유한 언어적 퍼포머티비티와 형식적 특이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품소개 


Hwayeon Nam, Field Recording, 2015, video, 7’26” © Hwayeon Nam

이 작업은 새소리를 수집, 분류,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는 필드 레코딩의 방식을 차용한다. 퍼포머는 다양한 새소리가 수집된 아카이브에서 작가가 선별한 소리를 헤드폰으로 들은 후,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새소리를 흉내 내는 과정을 촬영 및 녹음한 것이다. 


Hwayeon Nam, Coreen 109, 2014, Video, 11’10” © Hwayeon Nam

작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Coréen 109라는 레이블로 분류되어 있는 직지심체요절의 열람을 요청했는데 도서관이 실물 책 대신에 인터넷 아카이브 링크만을 제공했고, 결국 전자책 형태로만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인터넷에 산재한 더 많은 직지심체요절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하나의 사물인 책이 겪은 소유의 경로를 추적해 나가며 과연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는 인터넷 데이터가 물질과 공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Hwayeon Nam, Ghost Orchid, 2015, Video, 6’53” © Hwayeon Nam

19세기 중반 영국과 벨기에 등의 식물 콜렉터나 식물 관련 사업자들은 남미, 아시아 등으로 난초 사냥꾼들을 보내 희귀하고 이국적인 난을 유럽으로 들여왔다. 〈유령난초〉는 빌렘 미콜츠(Wilhelm Micholitz)라는 난초 사냥꾼이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프레드릭 샌더(Frederick Sander)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목소리 위에, 베를린의 달렘 식물원(Berlin-Dahlem Botanic Garden)에서 어떤 모양을 흉내 내며 춤을 추는 퍼포머의 움직임이 겹쳐지면서 희귀한 난초들의 모습과 이에 대한 인간의 괴이한 수집욕 등을 타악기 리듬에 병치하여 은유하는 작업이다. 


Hwayeon Nam, The Adoration of the Magi, 2015, video, 11’32” © Hwayeon Nam

핼리혜성을 본 화가 지오토(Giotto di Bondone, 1267~1337)는 그것을 자신의 그림인 〈동방박사의 경배〉 안에 그려 넣었다. 1980년대 유럽 우주 항공국(European Space Agency)은 지오토가 핼리혜성의 과학적 드로잉을 남겼다고 보았고, 역사상 최초로 핼리혜성의 클로즈업 이미지를 촬영하는 어려운 미션에 지오토라는 이름을 붙인다. 작가는 혜성이라는 자연 현상이 크리스천 믿음의 체계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인간의 ‘보는 것에 대한 욕망’에 접근한다. 


Hwayeon Nam, Ant Time,2014, Photo documentation, 27.5 x 34 cm © Hwayeon Nam

개미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90cm 길이의 실로 개미가 움직인 궤적을 남기고 그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의 시간을 측정하는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다.



전시 공간 구성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에서 연결되는 긴 통로 끝에 새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영상 〈필드 레코딩〉을 통해서 낯설고 기괴한 새소리를 처음 접하게 된다. 세 편의 영상작업은 제 1전시장에 벽이 없이 설치되며, 이 세 편의 비디오 뒤에 숨겨지듯 마련된 좁은 복도형 공간에서는 사람이 흉내 낸 새소리들이 다시 흘러나와, 이를 따라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마지막 작품인 〈개미시간〉의 사진작업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전시는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시각요소, 역사적 자료나 이미지를 활용한 풋티지 기반의 비디오 영상, 동물과 식물을 모방하는 인간의 소리와 움직임, 인간의 강렬한 욕망에 대한 작가의 관조가 한 공간 속에서 뒤섞이는 흥미로운 시청각적 감각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작업 하나하나가 지닌 개별적 요소들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모든 작업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한 공간에서 상호 변주하는 총체적 퍼포먼스의 공감각적 경험을 마련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