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은 김태리(1993년생)와 전인(1995년생)으로 구성된 시각예술 콜렉티브로, 2021년 결성 이후 퀴어 담론, 특히 레즈비언 서사를 중심에 둔 다매체 작업을 통해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독창적인 궤적을 그려왔다. 이들은 영상, 퍼포먼스, 설치, 조각, 회화 등 장르를 가로지르며,
고착된 정체성 개념을 전복하고 규범 밖의 존재와 이형적인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결성 계기가 된 작품
〈윤활유〉(2021)와 이를 확장한 첫 개인전 《윤활유》(윈드밀, 2022)는 퀴어, 특히 레즈비언 섹슈얼리티를 중심에 두고, 젠더의 고정된 시각성과 개념을 비틀며 동시대 불화하는 타임라인에 응답했다. 이때
러시아 여성 뮤지션 듀오 t.A.T.u.를 매개로 세대적 퀴어 경험을 소환한 Lantern, 클럽 경험을 반영한 LATE(X),
전시장을 레즈비언 클럽으로 변모시킨 퍼포먼스 Lick my heart
등이 결합해, 보이지 않던 삶과 욕망을 발화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후 야광은 비가시적
존재, 규범에서 벗어난 캐릭터, 잉여의 표상 등을 중심으로
한 가상의 내러티브를 확장한다. 《카인드 : KIND》(PS Center, 2024)에서는 영상 〈침입자〉와 그 배경을 실물로 재현한 설치, 이를 현실 공간에서 재연하는 퍼포먼스 〈날것의 증거〉를 통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겹쳐지는 다공적인 시공간을 실험했다.
《가난한 자들》(뮤지엄헤드, 2025)에서는 성 정체성과 계급 정체성이 얽힌 조각
〈방문자(2023)를 위한 조각〉과 영상 〈방문자〉를 통해, 모텔이라는
장소성이 함축하는 성 노동, 임시 거처, 사회적 주변부의
서사를 다루었다. 여기서 ‘무단 침입자’이자 ‘점거자’로서의 변형된
신체, 그리고 재생산 노동의 그림자가 교차하며 다층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에서 선보인 영상
작품 〈다크 라이드〉(2025)에서는 ‘공포’라는 감각을 대상화하기보다, 이를 매개로 젠더·노동·돌봄의 사회적 담론을 교차시켰다. 테마파크 귀신의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시선은, 일상 속에 내재된
현실의 공포 조건을 드러내며 야광의 사회·젠더적 문제의식이 일관되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