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구에 위치한 통의동 보안여관에는 《닻의 아카이브》라는 타이틀을 걸고 유목과 정주가 갖는 반복의 공통분모를 김승택,
김현식, 노기훈, 박수환, 장수종 작가의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이 공간을 기획한 박미연 큐레이터는 “유목은 정주를 향하고, 정주는 유목을 예정한다. 유목과 정주 속에서 인간은 늘 불안의 상태에
놓이고, 이는 너와 나의 연결 고리를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도시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섬세한 관찰 속에서 그 안에 펼쳐지는 관계를 주목한 작품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서촌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이용재건축사무소+사이드에는 권경환, 금혜원, 유리와, 이승훈, 이해민선 작가가 이주와 정주의 이분법적 분할을 사선(bias)으로 가로 지른다. 이들은 사진 문법을 정독한 후 찾은 자기만의
해석 방식으로 사진을 둘러싼 담론의 무게를 향한 작가적 저항이자 사진의 닻을 공략하는 방법을 이미지로 풀어냈다.
떠남과 만남이 이어지는 골목, 전시장과
주제로 변신
공간 291 지하
전시장에는 2009년 구겐하임 펠로우쉽을 받은 비주얼 아티스트 세바스티앙 디아즈 모랄레스의 ‘가방을
든 남자’가 상영된다. 파타고니아의 광활한 풍경을 배경 삼아 뭔가에 홀린 듯한 남자가 끊임없이 어딘가로
향하고, 그의 손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이 들려 있다. 시간의
지날수록 배경은 점점 황량해지고, 짐은 점점 낡고 헤진다. 삶의
조건, 인생의 행방 등에 관한 메타포 작품으로 상영 시간은 39분 27초다.
정주와 교감의 상징적 장소인 골목을 전시장 삼아, 주제로 드러낸 기획 프로젝트 ‘골목, 인사이드 아웃’도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작품들이다.
통의동 보안여관-류가헌
골목 일대에서 펼쳐지는 ‘통의동 이야기’는 문화지구로서 외지인이 발길이 많아진 서촌에도 여전히 거주민들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사진가 석정의 눈을 통해 통의동 주민들의 일상을 골목 밖으로 드러낸다.
‘골목의 기억’은 골목이 사라진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진가들이
저마다의 골목에 대한 이야기를 렌즈로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공간 291 1층에는 ‘세상의 모든 골목’을 타이틀로 인스타그램과 해쉬태그로 검색한 골목이미지와
골목을 연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 골목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에게 골목에 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덕수궁 함녕전에서 9월 12일 진행된 ‘달과 사진의 밤’은 전시장 밖에서 좀 더 친근한 방식으로 사진을 만나기 위한 포토필름 상영회를
펼쳤다.
서울루나포토 기획한 송수정 사진비평가
“달빛 아래 왕궁에서 사진 매력 느껴봐요”
“사진이란 매체는 다른 미디어보다 경계가 유연하고 흐린 매체로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강도가 심해졌습니다. 문화로서의
사진의 기능이 약해진 가운데, 셀피 사진만이 생활 사진이라는 것이냐?는
인식을 공론화시켜보기 위해 장을 꾸렸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펼치는 행사 주제로 ‘닻 내리다’를
선정한 것에 대해 송수정 기획자는 “식상하지만 동시대적 주제를 찾았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정주의 개념이 달라진 것 같고,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시대에 이주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고 싶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 기간 동안 보안여관, 류가헌, 공간, 사이드
등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은 놓치지 말고 연계해서 봐야할 전시라고 그는 말했다. 여러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그 의미가 연결됐다는 소리다.
또한 12일 저녁에
덕수궁 함녕전에서 펼쳐진 포토필름 상영회는 내년에도 다른 형식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시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사진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12미터 대형 스크린을 옛 왕궁인
덕수궁에 펼쳐 놓고 달빛 아래 바라보는 이미지는 사진을 다시 보게끔 해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송 기획자는 “사진은 빛에 의해 이뤄지는 매체입니다. 서울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도 문화 행사로서의 다의적 의미를 담으려는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한국 작가뿐 아니라 해외 작가들의 네트워크가 다양한 현실에서 규모보다는 내실 있는 행사, 밤에도 볼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사진 페스티벌을 만들겠습니다”고 설명했다.